공동학군을 너무 크게 조정 통학의 불편이 우려|후기인문고교 학군에 문제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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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교 입시제도 개선에 따른 서울·부산지구의 올해 후기인문고교 신입생 배정을 위한 남녀 학군이 25일 확정 발표됐다.
학군 설정의 원칙은 서울과 부산이 다같이 학교분포가 비교적 집중된 도심지역에 1개의 공동 학군을 두고 나머지 일반학군은 대체로 교통망에 따른 현 중학교군을 기반으로 했다.
또 공동학군에는 소속 중학교를 따로 두지 않고 일반학군에만 중학교를 두었기 때문에 어떤 중학교를 졸업했거나 공동학군 속의 특정고교에 배정될 수 있고 반대로 공동학군지역에 위치한 중학교출신자라도 일반학군에 속하는 고교에 배정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공동학군으로의 배정율이 서울과 부산이 각각 다르며 같은 지역 안이라도 일반학군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 두드러진 문제점이 되고있다.
공동학군에 속하는 고교라고 모두 이른바 일류 교는 아니나 ▲서울의 공동학군 배정율이 남자 53.5%, 여자 55.3%인데 비해 부산은 남자 33.1%, 여자 56.8%로 큰 차이가 있는데 이는 서울이 방사선식 교통망에 따른 것이며 부산은 단일간선도로 중심으로 동서로 길게 분포된 지역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있다.
이밖에 서울과 부산의 일반학군에 소속된 고교의 길이 사실상 평준화되지 않아 학군에 따라서는 명문교가 상당수 포함돼있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학생자신과 학부모의 불만을 살 염려가 짙은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의 하나로는 일반학군에 소속된 중학출신자가 공동학군에 배정된다해도 배정된 공동학군의 고교가 일반학군의 고교보다 질이 떨어질 때 통학거리만 멀어지는 등 보다 큰 불만이 따른다는 것이다. 문교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 학군 배정을 원치 않는 학생에 대해서는 미리 신청을 받아 우선적으로 출신중학교가 소속한 여아 학군에 배정한다고 밝혔으나 일반 학군으로 탈락한다는 전망이 뚜렷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학생이 공동학군 배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반 학군에 따라 명문고교의 분포에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을 실례로 들자면 서울의 3학군과 5학군이 다른 학군에 비해 손꼽을 만한 명문교가 비교적 없다는 것이며 특히 5학군에 속한 중학교는 중앙·배재·휘문·양정·중동 등 이른바 사립명문교가 많은데 비해 고교는 다른 학군에 비해 명문교가 별로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학교 때보다 통학거리가 더 멀어지게 되는 불편을 일반 학군에서 공동 학군으로 배정되는 경우 당연히 예견되는 일이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뒤 다른 학군으로 이사만 하고 학교를 옮기지 못한 학생은 이번 고교학군 선정이 출신중학교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는 동쪽 변두리에서 서쪽 변두리 지역의 어느 한 학교에 배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문교부가 분석한 통학 최장거리는 서울이 10㎞, 부산이 18㎞로 통학시간은 최고 1시간이나 된다.
이번 서울과 부산의 고교학군설정은 현재의 중학학군을 토대로 통학거리와 학군분포의 평준화에 주안점이 두어졌다. 서울의 공동학군을 부산과는 달리 도심에서 4㎞로 비교적 넓게 잡은 것은 도심에 이른바 1류 고교가 집중되어 있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공동학군의 폭을 좁힐 경우 공동학군과 나머지 일반학군 간의 격차가 커져 학생들과 학부모사이에 보다 큰 불만과 경쟁심을 가져올 염려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 고교학군 설정은 공동학군의 크기 조정에 역점을 두고 작업해 왔다.
서울시 교위 이종근 장학관이 이끄는 8명의 고교학군 조정 실행위원회는 지난 5월초부터 작업에 착수, 3개 시안을 마련했었다. 제1안은 교육구청 별로 일반 학군을 나누고 공동학군을 하나 두는 것, 제2안은 일부 지역의 통합이 있으나 대체로 중학교 학군과 같게 나누어 일반학군 5개와 공동학군을 두는 6개 학군제이며, 제3안이 방사선 간선도로를 따라 일반 학군 6개 공동학군 1개 등 모두 7개의 학군을 둔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의 초점은 공동학군의 크기였다. 도심을 중심으로 공동학군의 크기에 따른 일반 학군으로부터의 배정율을 검토, 1안은 도심에서 2㎞, 2안은 3㎞, 3안은 5㎞로 각각 잡았다.
이때 1안의 공동학군 배정율은 남자 15%, 여자 24%, 2안은 남자 39.8%, 여자 47.2%, 3안은 남자 7.9%, 여자 64%였기 때문에 중간점인 4㎞안을 토대로 학군이 최종 손질됐다.
문교부는 서울시교위가 마련한 3개의 시안중 공동학군 4㎞안을 공동학군의 수용능력이 확대되고 일반학군으로부터의 배정율이 비교적 균등하다고 판단, 최종안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학군 설정은 남녀 각각 50%이상이 공동학군에 진학할 수 있게 됐으나 공동학군이 일반학군보다 4∼6배나 되게 너무 크게 조정되어 통학의 불편이 따른다는 것이 크게 지적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교위는 전철·지하철 개통과 학교이전 등에 따라 내년에는 일부 학군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점차 지방으로 확대되는 고교입시개선은 무엇보다 질적 면에서의 고교 평준화가 이룩되어야 학생·학부모 사이에 불만이 사라질 것이다. <심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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