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경력 없는 금융공기업 감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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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말 예금보험공사는 신임 감사를 공모하면서 4가지 자격 요건을 걸었다. ▶예금보험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 ▶감사 직무에 대한 이해 ▶감사조직 관리능력 ▶공직윤리·인성이다. 20여 명이 몰린 공모에서 최종 낙점을 받은 사람은 문제풍 새누리당 서산·태안당협위원장이었다. 그의 이력에 금융 관련 경력은 없다. 국회 사무처 공무원으로 20년 이상 근무했지만 국회 법사위·교육위·농림해양수산위·행자위에서 주로 일했다. 감사 업무 경험도 없다. 문 감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 관련 일을 하진 않았지만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감사 업무 수행에 필요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입법 업무를 오래한 문 감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최근 연이어 취임한 금융공기업 감사들은 금융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다. 정송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임감사는 광진구청장을 지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한국후지제록스 임원을 지냈지만 금융 관련 경력은 전무하다. 기술보증기금(기보)의 새 감사로 온 박대해 감사는 부신시 연제 구청장 출신이다. 18대 국회의원을 할 때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충환 주택금융공사 신임 감사도 감사원에서 오래 일했지만 금융 관련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기술고시 출신으로 동력자원부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감사원에서도 건설환경감사국장을 역임하는 등 주로 기술 계통에 관한 업무에 정통하다.

 이들 공공기관은 지난해 말 줄줄이 감사 공모를 내면서 ‘감사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분’이라는 자격 요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실제 낙점받은 인물들은 이에 걸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공공기관장을 적절히 견제해야 할 감사들이 전문성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것이 공기업 방만 경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금융공기업은 내부 통제시스템이 더 중요한 만큼 감사를 임명할 때 전문성을 비중 있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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