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말하는 '내 인생을 바꾼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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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인생이란 게 책 한 권에 바뀌지는 않더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한 지점에서 우연히 만나 지적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 준 책들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유홍준 교수는 “내 미술사 연구의 ‘북극성’이 되어 준 책은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라고 했다. 헝가리 출신 예술사회학자인 하우저가 서양 예술의 역사를 해박한 지식과 개별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담아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술사라는 것을 이렇게 종합하면 되는구나 알게 됐습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관념론이 맞지 않았어요. 하우저의 글은 예술을 역사적으로 해석해 하나의 작품이 생산에서 소비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읽어내면서도, 마치 수 만년 전 우주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통쾌함이 있었죠. 그 안에 담긴 진보적 가치의 중요성과 나태함에 대한 질타 등에도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미학과 재학 중에 읽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바사리의 『이탈리아 미술가 열전(The Lives of Artists)』도 유 교수의 인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선사했다. 미학과 공부가 ‘구라 경진대회’ 처럼 느껴졌던 시절, 이 책을 만나면서 서양미술사에 눈을 떴고 “진짜 전공”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진중권 교수는 “무엇보다 성서의 상상력이 나에게 긴 시간, 깊은 영향을 남겼다”고 했다. 소설 중에서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저당잡히는 그 무모한 노력의 끝에 결국 구원에 도달한다는 이야기잖아요. 인간의 영혼과 구원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고, 나의 삶 역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위안 또한 선사했던 책입니다.”

 학문의 여정에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는 “칼 마르크스의 저작들”을 꼽았다. “마르크스의 글은 마치 ‘학문의 전형’같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모든 사물의 본질을 엑스레이로 찍어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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