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가격 넘어선 원유 값 인상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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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동 산유국의 원유 가격 인상 여파가 드디어 한국에도 밀려오고 있다.
한국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는 외국의 3개사 가운데 「걸프」는 지난주 초 원유 공급 가격을 배럴 당 9달러 50센트 (쿠웨이트 산)로 인상, 지난 1일부터 소급 적용할 것을 통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높은 가격은 종전의 원유 도입 가격 「배럴」당 평균 4·257달러에 비해 약 1백23%나 오른 값이다.
정부는 당초 원유 공급 가격이 유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해도 최고 9달러 선이 적정 요구 가격이라고 판단하고 있었으나 국제 석유 자본이 요구해 온 인상폭은 이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말께 중동 산유국이 원유 공시가를 배럴 당 5·11 달러에서 11·651 달러로 1백28% 올려 지난 1일부터 실시할 것을 결정했으므로 국내 도입 가격의 인상은 이미 예견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국제 석유 자본의 가격 인상 요구 폭은 당초 예상보다 너무 비싸다는 감을 주고 있다.
즉 1일부터 중동 산유국의 원유 공시가가 뛰었을 때 산유국 수입은「배럴」당 7달러가 되었으며 산유 비용 11센트를 포함하면 국제 석유 자본의 실제적인 부담액은 7·11 달러가 됐다.
국제 석유 자본의 수입은 이전의 배럴 당 50센트에서 1달러 20센트로 늘어나 이를 합하면 8·31달러가 되는데 테헤란 협정에 의한 산출 방식에 따른 원유 시장가와 맞아떨어진다 (「아라비언·라이트」 기준) .
시장가는 국제 석유 자본이 소비국에 파는 값이다.
이에 더해야 되는 것이 운임-. 운임은 배럴 당 50「센트」 (한국의 경우)였으므로 8·81달러가 실제적인 도입 가격이 되나 운임도 50「센트」에서 65「센트」로 올린다고 통고해 왔다고 하므로 이 인상분을 반영한다해도 8·96센트가 최고액이란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국제 석유 자본이 소비국에 7% 정도 할인 판매하는 관례를 무시한다해도 원유 도입가의 최고 한도액은 9달러 선이라는 것이 한국 측의 예상이었던 것이다.
중동 산유국은 국제 석유 대본이 폭리를 취하고 있으므로 배럴 당 수입을 50「센트」정도로 낮추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지만 이번 한국에 대한 통고로 미루어 ①국제 석유 자본이 이익을 고수하고 ②가격 인상 분을 전액 소비국에 전가시키는 종전 태도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어떻든 국내 석유류 제품 값의 인상 조정만이 앞으로 남아 있는 사태일 것이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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