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문예|정영옥<경기도 고양군 신도읍 지축3리 699의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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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러니까 아빠가 일곱 해 전 J신문 신춘문예 응모 최종심에서 낙선한 후 이번이 두 번 째인 것 같다.
11윌 초순부터 긴 겨울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작품을 다듬고 다듬어 마감 이틀 전에 우송했다.
응모하는 아빠보다도 달포 남짓 곁에서 보아온 내 마음이 더 초조하고 안타까웠다. 이번만은 꼭 당선되리라고 기대도하고 기원도 하며 혼자만의 부푼 꿈을 가슴 뿌듯이 느껴보기도 했다.
막상 아빠가 작품을 다 완성했을 땐 작품을 띄울 우표 값마저 없는 형편이었다. 하는 수 없어 이것저것 고물을 판 일금 백원을 겨우 마련, 늦을세라 우체국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아빠. 작품을 발송하고 귀가하여 안도의 숨을 몰아쉬던 아빠의 그때 그 모습은 영영 내 뇌리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 이튿날인가 나는 밥상머리에서 『아빠, 이번엔 어때요, 자신이 서요?』하고 조심스레 묻자 아빠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만 『글쎄, 어떻게 자신이 선다고 말하겠소. 마치 바늘구멍에 동아줄을 꿰는 거와 다름없으니….』
「그저 굶을 준비를 하고 유치원 애들처럼 휴지에라도 개발새발 환을 치다보면 어떤 한 세계가 형성될 것이 아니겠소. 그러면 당신과 나는 진정 지등에 불을 밝히는 것이고…」
생각보다는 너무나 담담하고 태연한 아빠의 말에 내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지고 안심 아닌 안심을 하면서도 행여 또 낙선이 되면 아빠에게 안겨줄 크나큰 실망 때문에 적이 걱정을 하면서『편지요 하고 알리는 우체부 아저씨를 남몰래 가슴 죄며 기다린 나날이 정말 아무런 보람없이 흐르고 말았다.
오늘도 멀리서 띄워보낸 한 통의 하얀 연하장 겉봉을 찢으면서 아빠의 신춘문예 당선 소식이라 스스로 달래며 또다시 삼백예순날을 아빠와 함께 손꼽아 기다려보리라고 새로운 희망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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