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의-작기적인 상혼·횡포 심한「버스」 우리 정신생활 개조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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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채소시장에서 있은 일입니다. 시금치를 2단 사서 봉투에 담아 받았습니다.
집에와 펼쳐보니 1단밖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속에는 먹지 못하는 우거지가 끼워 있었습니다. 시금치 단속에서 우거지가 나오는 것은 가끔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짧은 기간이나 어느 외국을 다녀온 뒤 아기를 안고 「버스」를 탔을 때 일입니다.
승강대에 채 발을 놓기도 전에 차장이 「투당당」문을 두들기며 차가 떠났습니다. 아기를 안고 비틀비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치 처음 당하는 일처럼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어쭙잖게 외국을 다녀왔다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비교가 안됐습니다. 그 나라에서는 어찌나 차틀 조심스럽게 모는지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이런데도 교통사고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비오는 날 전철을 타면 우산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남에게 누를 끼칠까봐 역구내에 우산을 싸는 「비닐」봉지가 비치돼 있었습니다. 차내를 더럽히지 않으려는 것도 있지만 무척 서로 조심스럽게 남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남을 존경하기보다는 턱없이 깎아 내리려 하고 또 인정하려 하지도 않고 마구 대하고있지 않나 싶습니다.
좁은 소견이나 이런걸 보고 외국인에게 비치는 우리의 자화상이나 또는 대내적인 인간관계가 꼭 국력과 함수관계가 있는 것만은 아닐 듯 싶은 생각입니다.
왜 우리는 먹지 못하는 것을 팔며 흙투성이 채소를 아무렇지 않게 팔고 있는 것입니까. 꼭 외국과 비교하자는 것 아닙니다. 우리도 이제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행세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진실한 발전, 사회개조는 우리의 정신생활의 개조‥가치관의 개조부터 앞서야 할 것 같다면 너무 외람된 말일까요. <서울 도봉구 수유2동351의28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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