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백50여 점포 소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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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밑인 30일 상오 8시20분쯤 서울 성동구 신당8동 370 성동 중앙 지하상가(대표 오남기·51) 양품부에서 불이나 상가 안의 5백여 점포 가운데 양품부·포목부·식품 잡화부 등 1백50여 점포를 태우고 6시간15분만인 이날 하오 2시35분쯤 꺼졌다.
이 불로 양품부 「트리아」양장점(주인 박병우·52)에서 잠자던 박씨의 둘째 딸 안숙양(24 서울 성동구 신당7동85의109)이 질식 사망하고 세밑 대목을 노려 장만해 놓은 영세상인들의 상품이 많이 불탔다. 피해액은 1억5천여만원(경찰추계 3천40만원). 이 날 불로 지하상가 1천4백79평 가운데 3백여 평이 불탔는데 잿더미로 화한 양품부·포목부 등은 점포마다 상품이 가득 쌓였기 때문에 피해액이 많았으며 불이 나자 지하상가에 점포를 가진 상인 1백여명이 몰려와 발을 구르면 안타까와했다.
옷 장사 노점 15년만에 간신히 지하상가 양품부에 5간짜리 점포를 마련했다는 강호명씨(45)는 연말대목을 보려고 전날 빚을 얻어 평화시장에서 의류 50만원 어치를 들여왔는데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됐다며 안절부절못했으며, 식품부 마상혁씨(45)도 전날 조미료·설탕·통조림 등 15만원 어치를 들여왔다가 모두 태웠다.
죽은 박안숙양은 이날 낮에 찾아가기로 한 손님의 「코트」를 만드느라 전날 밤일을 하고 늦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
처음 불을 발견한 시장 담당 소방원 정명춘씨(27)는 양품부쪽 출입구 2개소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아 다른 출입구로 뛰어 들어가 보니 양품부 남쪽 끝 쪽에서 불길이 솟고 계속 북쪽 점포로 옮겨 붙고 있었다는 것. 불은 삽시간에 「베니아」판으로 간막이된 양품부를 모두 태우고 포목부와 식품 잡화부로 번져 지하1층의 상가 안을 용광로처럼 만들고 상가 좌우에 있는 너비 1·5m 출입구 아홉 군데에서 시커먼 연기와 불길을 내뿜었다.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타버린 석유 곤로와 전기「히터」 등 20여 개를 발견, 상인들이 난방기구를 끄지 않고 귀가하여 불이 났거나 전기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 시장 경비원 지영선씨(41) 등 4명을 연행, 정확한 화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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