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화단 장식하는 한국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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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파리」를 중심으로 한「유럽」의 한국화단은 73년 기록적으로 풍성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해 마지막으로 12월에 3명의 한인화가들이「파리」「브뤼셀」에서 개인전을 열어 금년 1월 남관 화백이「파리」에서 첫「테이프」를 끊은 후 마지막을 장식했다.
광주 조선대미술학과장 임직순씨는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 동안「파리」16구「샤이요」가에 있는「모네와 페트리에」화랑에서, 「파리」화단의 중견화가 이성자 여사는「파리」의 중견 및「유럽」전위화가의 전시회에「그룹」의 일원으로 작품을 내어 호평을 받았고 이응노화백도「브뤼셀」의「뉴스머스」화랑에서 지난 5일부터 연말까지 각각 개인전을 열고 있다.
임 화백은 지난 6월「파리」에와「몽파르나스」의 한「호텔」에서 자취를 하면서 거리의 풍경을 중심으로 한 유화를 전시한 것. 6개월간 작업한 19점의 구상화를「파리」화단에 내어놓음으로써 그의 작품의 선을「유럽」의 화상·비평가들에게 보인 셈이다.
「꽃들」「센강에서」「파리의 거리에서」「한 예술가의 초상」「라스파유가에서」「창가에서 본 몽파르나스」「파리의 꽃가게」등의 제목이 보여주듯 그의 작품은 한 한국화가의「파리」에 대한 첫인상을 화폭에 아담스럽게 담고 있다. 『후기인상파의 경향을 강력히 풍기고 있다』고 미술기자가 평가한대로 그의 작품은 모두 구상화로서「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폭씩 걸어 놓고 싶을 만큼 미술의 중심지인「파리」의 모습을「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전시한 19점 중 10점이 팔리는 큰 성과를 올렸다. 『정말 임씨의 그림은 마력이 있는 모양이다. 첫 전시회에서 이곳의 인기를 모은 것은 놀라운 일이며 이 때문에 우리 화랑은 내년부터 임씨를 1년에 한번씩 초청키로 결정했다』고 화랑측도 놀라운 표정이다. 『나를 완전히 백지화시켜, 즉 순수화시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했다』는 것이 한국국전 대통령수상 작가의 소감이다.
이응노 화백은 30점의 대작을 갖고「브뤼셀」의 화단에서 인기를 모았다. 「콤퍼지션No.1」은 마포에 연하면서도 밝은 상징적인 그림을 담았다. 가로 2m이 세로 1.5m의 이 대작은 황색을 주로 사용하고, 고요한 아침에 태양이 솟아오르는 모습에다 이 아름다운 빛이 무한히 퍼져 나가는 웅장한 힘을 보여준 것 같다고.
특히「콤퍼지션3」은 흰색 면포를 오려 내어 부조와 같은 수법을 사용, 그로서는 처음 시도해 본 화법으로 주목을 끌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의 작품은 태양의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력한 힘으로 뭉친 한국민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설명되었으며『이 뜨거운 불빛은 모든 것을 불태워 없애는 힘이 아니라 만물의 성장을 감싸주는 넓고 풍부한 빛의 원심으로 나타낸 것이다』는 이화백의 자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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