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와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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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때때로 무슨 신원진술서를 보면『생활정도』라는 난이 있다. 편의상 사람들은「상」「중」「하」로 나누어 적는다. 이것은 주관적인 계층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상류」「중류」등은 사회학에서 쓰는 용어이나. 사회의 계층을 객관화하기 위해 사회학에선 표준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것을 ISC(Index of Status Characteistics)라고 한다. 계층의 제특성 지수를 의미한다. 이 속엔 직업·가옥형·거주지역·수입원천·교육정도 등이 포함된다.
최근 서울시 유류 대책본부에서 집계한 서울의 난방구조는 바로 그「사회계층」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본보기 같다. 우리의 생활습속으로는 가옥은 그 가구주의 직업·수입원천 등이 함축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을 듯 하다.
우선 서울의 총 가구 수는 1백15만여 호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에 유류 난방시설을 갖춘 가옥은 2만1천8백32가구였다. 이것은 2%미만에 지나지 않는다.
가옥구조를 보면 50평까지가 1만4천7백46 가구로 1.3%이다. 50평 이상은 이른바「호화주택」이라고 보아도 좋다. 그중에서 50∼99평 사이가 0.5%로 5천9백여 가구, 1백평 이상의 가옥은 1천1백74가구로 전체의 0.l%이다.
이상의 집계들을 정리하면 우선 유류 난방시설을 갖춘 가옥을 중류층으로 보아 전 가구의 2%미만. 이 가운데「상류의 하」(Lower upper class)를 50평∼99평으로 보아 전체의 0.5%, 「상류의 상」을 1백평 이상으로 보아 전체의 0.1%. 이것은 세간에서 말하는『빈부의 격차』의 한 실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단면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더구나 이것은 수도서울의 경우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사회 계층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사회학자「W·L·워너」교수의 분류가 있다. 「상류의 상」은 미국총인구의 1.4%, 「상류의 하」는 1.6%로 상류는 3%에 이른다. 중류는 38.3%, 하류는 57.8%. 「워너」교수의 평가에 따르면 하류 중에서도「하」는 전체의 25.2%로, 이들은 공공의 구제를 기다리며 저축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하의 상」으로부터「중의 하」에 이르는 계층은 부지런한 직업인으로서 도덕과 위신을 존중한다.
어느 사회를 불문하고 빈부의 갈등은 없지 않다. 빈자는 부자를 시기하고 비판하며, 부자는 빈자에 대해 따뜻한 관용에 인색하다. 하지만 이들 빈부의 갈등은 그 나라의 사회적인 제도에 의해서 더러는 해소될 수 있다. 정치인은 정당과 의회를 통해 그 갈등의 해소에 힘쓰며, 또 빈자는 집단적인 사회참여로 그들의 불만을 호소한다. 노조를 통한 노동운동은 그 좋은 사례이다. 그밖에도 사회적인「캠페인」이 가능하며 압력단체들이 작용한다. 안정된 선진국의 경우 빈부의 격차가 갈등의 요인으로 확대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장점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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