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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파동이 촉매…친 아랍 외교의 구체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해설>
중동정책에 관한 15일의 정부 성명은 석유파동 극복을 위한 친「아랍」선언이다.
무력에 의해서도 중동사태를 해결하지 못하자「사우디아라비아」를 맹주로 한「아랍」산유국들은「석유무기화」정책을 채택해 세계도처에서「에너지」위기를 자아냈다.
「아랍」국가들은 세계각국을 우호·중립·비우호「그룹」으로 3분하고 우호「그룹」에 대해선 종전대로, 중립 진영에 대해선 매월 5%, 비우호국에 대해선 25%를 감산하여 석유 공급을 해 오고 있다. 그뿐 아니라 미국·「네덜란드」남아연방 등 소위 적대국에는 석유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아랍」국들이 분류하는 우호국의 기준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67년 중동전 때 점령한 모든 영토로부터의「이스라엘」철수 및「팔레스타인」인민의 정당한 권리실현 등「아랍」측 입장을 지원할 것, 둘째「이스라엘」과의 단교로「아랍」지원을 행동으로 보일 것 등이다.
중동전 발발이후 공산국가와 대부분의「아프리카」국들은 이러한「아랍」노선에 따라「이스라엘」과 단교했다. 서방측에서도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달 18일 EEC 9개국을 선두로 일본·「필리핀」태국 등이「아랍」지원정책을 채택했다.
EEC제국의 성명이「아랍」지원만을 밝힌 반면 일본 등「아시아」제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이스라엘」과의 관계 변경 가능성까지 비치고 나섰다.
이렇게 보면 모든 점령 영토(The territories)로부터의 철수와「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지지하는 이번 정부의 성명은 EEC제국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최대지원자인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라는 한국외교의 행동반경을 생각할 때 우리로서는 가능한 성의를 다한 셈이다.
이와 함께 이병희 무임소장관이「이란」및「쿠웨이트」김정태 외무부경제차관보가「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우호국 대우를 받기 위한 외교교섭을 벌였다. 미국 석유회사를 통해 한국 수요량의 65%, 30%를 각기 공급해 오던「사우디아라비아」와「쿠웨이트」는 반공 국가란 점에서 비교적 융통성 있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쿠웨이트」측에선「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을 우호국으로 보고 있다는 귀띔까지 했다 한다.
이러한 일 단계 타진 결과에 따라 지난 11일 최규하 대통령 특별보좌관과 최종명 상공부자원차관보가 책임있는 교섭을 위해 두 나라에 파견됐다.
이번에 중동 정책변경을 공개하게 된 것은 중간현지에서의 최 특사의 국제 전화 연락을 받고 토요일 하오 퇴근한 외무부관계자를 긴급 소집해 서둘러 발표했다는 경위로 보아「아랍」측의 희망에 의한 것으로 한국이 우호국으로 재분류되리란 신호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아랍」측이 우호「그룹」에 대해서도 전연 감량 않는 나라와 좀더 태도를 본다는 조건으로 한 달만 추가감량을 면제한다는 일본·「필리핀」같은 경우가 있어 한국에 대한 앞으로의 원유공급 조치의 내용이 주목된다.
정부의 중동정책 변경은 단기적으로는 유류파동 극복을 위한 것이긴 하나 장기적으로 우리외교의 사각지대였던 대「아랍」적극 외교의 계기일 수 있으며 친「이스라엘」의 편향을 넘어서서「이집트」·「알제리」·「시리아」등 친공「아랍」제국과의 관계정상화의 디딤돌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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