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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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인 연출가「스즈끼·게이스께」를 초청, 홍연택 지휘 국립교향악단의 관현악으로 가진 이번『「세빌리아」의 이발사』공연은 이「오페라」가 갖는 희가극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엿볼 수 있어 주목된다.
먼저 이「오페라」의 희화적인 무대구성을 위해 장치도 만화적인 그림으로 대신했고 사실이「오페라」를 마치 서부「카우보이·스타일」로 처리한다든가 모든 무대인물들의 동작을「뮤지컬·플레이」「터치」로 취급하고 때론 인형을 다루듯(병사들의 움직임도 그렇지만) 율동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등「코믹」한 성격을 살려 무대분위기를 활기 있게 이끌어 주었다.
이 연출의도는 청중을 다분히 의식하고 현대적인 감각과「코믹」한「오페라」의 성격을 최대한으로 살려 설득력과 흥취를 돋우는데 그 촛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따라서 부분적으로 청중을 웃기고 흥을 돋우는데 도움이 되었을는지는 모르지만 이「오페라」는 17세기의「스페인」「세빌리아」라고 시대와 배경설경이 되어 있는「오페라」다. 따라서 이번 무대는 장치도 평면조일 뿐더러 오히려 시대감각을 흐리게 하고 이 작품이 갖는 통일된 부대분위기를 산만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만일 일본 장치가 무대인「푸치니」의「나비부인」을 미국서부나「유럽」으로 옮겨 놓았을 경우 그 작품성이 살겠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무대의 새로운 시도가 한국의 연출가가 아니라 다분히 모험적이고 사연적인 시도가 외국사람의 연출이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동양적인 체질로 보아 희극적인 요소가 어쩐지 몸에 붙지 않는 어색함은 있었으나 출연자들의 무대동작에 폭이 생기고 세부의「액션」도 자연스러워져 노래에도 극성이 강해지는 등 이른바「오페라」적인 요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적역인 박수길의 호연을 비롯, 최명용의 무난한 소화, 국영순·이인선의 열연도 주목할 만하다. 합창은 약세나 무난한 분위기였고 관현악은 대체로 잘 이끌어 주었다. <김형주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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