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미치는 아버지의 영향|서봉연(서울대·심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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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 가정에서 자녀들이 자라는데 있어 아버지의 존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하는 문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많은 학자들의 관심거리로 연구돼 왔다. 비교적 그 동안 어머니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이에 대한 관계·영향조사가 대부분이어서 아버지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개척 분야로 생각돼 왔던 것이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태도 및 영향은 아버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 부모사이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 등이 밝혀짐에 따라 요 근래 부쩍 많은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서울대 서봉연 교수(심리학)가 이러한 세계학계의「아버지의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모아 분석한 것이다.「아버지의 영향」은 아버지가 있는 경우와 사망했을 때, 또는 이별(이혼 등으로)했을 때 등 상황에 따라 상당한 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아버지가 없는 경우, 한 가정의 부양자로서 역할 때문에 오는 경제적인 문제 이상으로 자녀들은 심리학적 면에서 심한 영향을 받는다. 즉 남아의 경우 정서적인 장애와 깊은 관계를 보이며(「피터슨」연구) 반사회적 행동의 점수가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시그먼」조사·1966). 남자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시그먼」씨의 연구에서 보면 아버지가 없는 학생, 특히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없이 자라난 학생은 일반보다 더 여성 지향적이었으며 이것이 더 성장한 후에는 반동적으로 남성지향으로 변한다고 했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서 봤을 때 아버지가 없는 소녀들은 남성과의 대인관계에 혼란을 빚는다는 것으로 나타났다(「히드링턴」·1972). 즉 13∼17세의 사춘기 소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버지가 일찍 죽은 소녀들은 남자들 앞에서 억압되고 딱딱하며 회피적이다. 반면 어머니가 이혼하여 아버지 없이 자라난 소녀들은 이성에 빨리 눈을 뜨며 남성에게 대한 접근과 주의를 얻으려는 노력이 뛰어난다는 것이다.
「리어」씨 연구에 따르면 어릴 때 아버지와의 별리가 성인이 되면 사회적 부적응을 결과 지을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이 연구는 그러한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적인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아버지와 떨어진 후에 자기 나이 또래의 집단과 접촉을 갖는 것이며 다음은 남성적이고 완강한 신체적 운동을 하는 것. 그리고 가족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성인남자와 관계를 갖는 것 등 아버지의 영향을 받을만한 대응책들인 것이다.
한편 아버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아버지의 영향은 특히 소년기에 있어 아버지에 대한 동일시 과정(아버지와 똑같이 되려는 태도)을 통해 지적발달에 자극을 주며(「블랜처드」와「빌러」조사) 남성적 역할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어떤 행동이나 문제해결에 있어 아버지가 하는 방식대로 쫓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것이 소년들의 지적기능에 하나의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의 영향은 부정적인 사태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위에서처럼 아버지가 없을 때는 물론 아버지와 자녀의 사이가 좋지 못하여 그릇된「모델」이 되었을 때(한 예로 일관성 없는 훈육태도) 자녀들의 비행이나 문제행동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자녀에게 있어 바람직한 성장발달의 촉진작용을 하기보다는 불량화의 예방적 작용이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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