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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미치는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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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이번 10개 품목(일부 실시되고 있는 전기요금포함)에 대한 가격현실화조치는 그동안 누적돼 온 가격상승요인가운데 우선 급한 것만 골라 한목에 단행한 것이다.
이 10개 품목은 국민경제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물가안정을 크게 위협할 것이며 그 파급효과는 장기간 연속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보완대책도 실효엔 의문>
이미 비현실적인 가격정책으로 인한 이중가격구조와 품귀상태 등으로 실세물가를 반영하지 못했던 도매물가기준으로도 이번 10개 품목의 1차 파급효과가 3.6%에 달해 10월말까지 7.8%를 나타내고 있는 도매 물가상승률은 연내 10%선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물가문제에 있어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은 국제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수입「인플레」와 수출호조 및 국내경기상승으로 인한 물자의 수급불균형, 그리고 지난번 통화팽창 등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은 공장도 가격을 동결한 채「케이스·바이·케이스」로 피할 수 없는 것만 가격인상을 허용하고 그와 병행하여 행정력에 의한 단속강화로만 일관해 왔다.
그 결과 지금에 와서는 소비 및 유통구조의 왜곡뿐만 아니라 생산의 침체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할 사태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뒤늦게 경직화된 물가정책을 포기하고 새로운 가격체계에 의한 수급 균형을 시도한 것이 이번「12·4물가현실화조치」의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표현을 빌더라도 이제는 가격문제를 떠나 물량확보에 최우선해야 할 막바지에 이른 현실화조치라는 점이 선명히 나타나 있다.
만약 8·3조치이후 실현가능성도 없는「연간 3%내외의 물가안정」이란 경직화된 정책을 버리고 보다 신축성 있게 대처하면서 소비억제와 종합적인 물가대책을 펴 왔다면 오늘과 같은 충격적인 물가의 대폭인상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뒤늦게야 정부는 이번 10개 품목의 충격을 얼마라도 줄이기 위해 물가대책 면에서 상당한 보강을 서두르고 있다.
주요대책의 내용은 ▲소비절약과 주요물자수급계획을 수립, 집행하고 ▲통화팽창을 비롯한 총수요의 규제 ▲물가행정의 강화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우선 수급대책에서 새로운 것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원유·고철 등 긴요물자의 수입에 대한 금융지원과 DA·「유전스」등 연불수입의 적립률 인하·주요수입원자재와 관련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하이다.
총수요를 규제하는 대책은 ①분기별 실 예산을 편성, 세입내 지출원칙을 지키고 ②통화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외화표시예금의 부리와 단기저축성예금의 시한부 특별금리제실시 ③부동산투기억제를 위한 공제율 인하와 투기억제세 대상지역 확대 등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투기 억제세 강화는 우선 매매차익에 대한 정상이윤 공제율을 현행 15%에서 10%로 내리고 투기억제세 적용지역을 현재의 6개 지역에서 31개 도시 및 기준지가고시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부동산투기 억제세 과세대상지역을 서울·부산·대구·인천·경인·경부고속도로주변 4㎞이내지역에서 새로 건설된 호남·남해고속도로 주변지역과 도청소재지가 대부분 포함된다.
물가행정의 강화방안은 주요물자의 가격인상은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제도화하고 초과 이윤세를 신설, 유통과정에서의 가격조작행위를 막는다는 것이 주요골자를 이루고 있다.

<사치품 등에 초과 이윤세>
주요물자의 사전 승인제 실시는 지금까지 정부가 통제하던 것을 공식화한 것인데 국민경제운용의 중요한 품목, 생활필수품, 1회에 5%이상이거나 연간 10%이상 가격변동이 일어날 품목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초과 이윤세 신설은 ▲사치성품목으로 소비억제가 필요한 품목 ▲수출가격과 국내가격의 격차가 큰 품목 ▲수급불균형으로 가격상승이 높은 품목 등을 대상으로 하여 원가와 수출입가격 또는 수급균형가격과 차이가 생긴 분에 대해서 80∼90%의 세율을 적용, 세금으로 흡수하고 여기서 생기는 세수는 원자재 가격상승 품목의 보조, 수입원자재 비축자금, 해외자원개발자금으로 운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가안정대책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물가문제는 국제적인 원자재가격 상승, 원유가격의 계속적인 인상 등에 크게 영향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세를 낙관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총수요규제를 위한 통화억제 대책의 경우는 외자표시예금과 단기저축성예금의 부리제정도로 큰 기대는 걸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 추가된 물가대책이 10개 품목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를 최대한 줄이고 인상된 가격으로의 수급 재균형을 노린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10개 품목이외에 가격인상요인을 내포하고 있는 품목들이 산적해 있고 무엇보다도 석유류·전기요금 등의「에너지」가격인상이 새로운 원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되면 당장 내년도 경제계획부터 안정위주로 개편하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가 돼야 할 것이다.
특히 물가의 급상승에 따라 실질소득이 감퇴하고 행정적인 소비규제가 병행되면 수출이 계속적인 호조를 보이지 않는 한 생산부문의 침체를 가져올 우려도 없지 않다.
어쨌든 이번「12·4물가현실화」조치는 그 나름대로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벌써부터 물가고속의 경기후퇴를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한꺼번에 휘몰아친 물가고를 어떻게 수습해 가느냐에 따라 내년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도 이번 조치이후 경제정세를 봐 가면서 총 자원예산을 짜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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