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소법 개정 후 9개월에 나타난 새양상 보석은 줄면서 구속집행정지는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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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적부심사제도가 폐지되고 보석허가건수도 크게 줄어든 반면 법원의 구속집행정지결정으로 풀려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6일 대법원집계에 따르면 지난2월1일 개정형사소송법이 발효된 후 법원에 접수된 보석 청구건수는 작년도 4천6백27건의 47.6%인 2천4백26건으로 크게 줄었고 재판부의 허가건수도 작년의 1천9백29건에서 8백32건으로 56.9%나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달리 구속집행 정지 율은 전국적으로 늘어나 서울형사지법의 경우 작년보다 약30%이상 늘어난 8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구속집행정지로 풀려 나온 그 상당수가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이른바「저명 피고인」에 집중되고있음을 보여주었다.
법원당국은 구속집행정지결정은 형소법101조1항에 의해「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피고인에 대한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통상적으로 구치소 및 교도소의 중증 통보만 있으면 허가결정을 내리고있다고 밝히고 법원의 판단 근거가 되는 구치소 의무관의 통보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말하고있다.
지난6월말이후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풀려나간 피고인가운데는 공교롭게도 이른바 반사회적 기업인사건에 관련,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전 삼양수산대표 정규성 ▲한일목재대표 장인섭 ▲삼행광업 대표 이태희 ▲「제너럴·서플라이·컴퍼니」대표 최경남 ▲한국「알루미늄」대표 장영봉 ▲삼설방직 대표 정재복▲전 한국철강대표 신영술 피고인등과 삼안 산업대표 예관수 피고인, 재무부보험담당관리들에게 4천여 만원의, 뇌물을 준 전 고려생명보험회사사장 박문상 피고인등 10여명이 모두 끼여 있었으며, 이들 대부분이 구속 기소되어 첫 공판을 받은 직후 또는 첫 공판도 받기 전에 구속집행 증지로 모두 풀려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구치소 의무관이 작성해 법원에 제출된 이들의 중증 진단서를 보면 고혈압·당뇨병·위장염·간염·비출혈·협심증·간경변증 등이 가장 많으며 그밖에 심계항진·혈소판 감소·이명·현훈·두통·전신무력감·흉부 압박감·호흡곤란중등 일반에 생소한 이름의 병을 앓았다거나 병발 우려가 있다고 적시되어있다.
더욱 상당수의 경우 의무관 소견에『돌발적으로 위장 대 출혈 또는 식도·정맥류파열을 일으킬 염려 가있는 자로 항시 적절한 대중요법시행이 필요하며 종합치료가 시급하다』거나『종합병원의 입원 가료가 절대 필요하다』는 등의 소견을 붙여와 담당 재판부는 심리적으로 부담을 받는 것은 물론 불허할 경우만일에 생길지도 모르는 사고 책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허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재야 법조계에서는 구속집행정지결정이 보석과 똑같은 효과를 지니면서도 보석금을 내지 않는 점이 있고 교도소당국의 중증통보만 있으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판단자료가 되기 때문에 신중한 운영이 요청된다고 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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