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팀 이길 때마다 승리수당 받는 직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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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

러시앤캐시의 스포츠 마케팅이 절묘하다.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답게 배구단 운영에도 돈 쓰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획기적이고 참신한 발상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깜짝 효과’를 거두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지난달 17일부터 배구단 성적에 따라 선수들은 물론 임직원들에게도 승리수당을 주고 있다. 경기장에서 응원을 하거나 TV·인터넷 중계를 보고 배구단 홈페이지와 SNS에 평을 남기면 사원들에게 10만원, 팀장에게 20만원을 준다. 하지만 순순히 주지는 않는다. 졌을 때는 전 직원이 1만~2만원의 사회공헌사업 기부금을 내야 한다. 졌을 땐 지원금을 내고, 이겼을 때는 승리수당을 받으니 관심과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앤캐시는 개막 초반 8연패를 당했지만 이후 아홉 경기에서 4승5패를 거뒀다. 승리수당 제도가 시행된 뒤 성적은 2승4패. 배구단을 열심히 응원한 직원은 4만원을 기부하고, 2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아 16만원의 가욋돈을 챙겼다.

 러시앤캐시 직원은 아침마다 배구단 응원가에 맞춰 율동을 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귀찮을 법도 하지만 요즘엔 직원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직접 응원을 가는 직원도 늘었다. 계약직을 포함해 전체 임직원이 1500여 명인데 주중에는 100여 명, 주말 홈경기에는 300여 명이 응원전을 펼친다. 장재홍 러시앤캐시 홍보팀장은 “직원들이 ‘내 팀’이란 생각을 갖고 배구단에 관심을 가지면서 응원하고 있다. 대부업체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특별한 인센티브 시스템은 선수단에도 적용된다. 러시앤캐시는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는 홈경기 때 지정석 일부를 ‘송명근존’ ‘바로티존’ 등 선수 이름을 붙여 운영한다. 이기면 티켓 판매액을 전부 해당 선수의 승리수당으로 지급한다. 졌을 땐 행복나눔기금으로 적립한다. 가격이 일반 지정석의 2배인 4만원이다. 처음엔 잘 팔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송명근(21) 등 몇몇 선수의 좌석은 일주일 전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팬 입장에서는 내가 낸 돈이 고스란히 선수에게 돌아가거나, 이웃돕기에 쓰이기 때문에 특별한 기분이 든다. 선수로서도 그 자리에 앉은 팬들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

 장 팀장은 “지금은 사인 기념품 등을 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선수들이 직접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명근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특별한 배려다.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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