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부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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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특이한 현상 같다. 미국에선 요즘 대중을 상대로 한 심리학 잡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매월 70여만 부가 팔린다고 한다. 그런 경향의 하나로 주간지「타임」은 「인간회복」을 몇 주에 걸쳐 특집한 일도 있다. 여기에 인용된 책들은 대부분이 심리학 아니면 종교에 관한 책들이었다. 이들은 미국 사회에선 「베스트셀러」로 익히 알려진 저술들이다.
비단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출판사들은 종교에 관한 책들을 다루어 출판하고 있다. 그런 책을 찾는 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는 주로 불교에 관한 저술들이 눈에 띄게 많다. 미국에서도 (『새 종교』·제이컵·니들먼저)와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는데 이것도 역시 불교에 관한 내용이다.
결국 이런 경향은 사람들이 무엇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그들은 오히려 절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들에게 진정한 마음의 평정을 찾아 주는 것은 정신의 풍요에 있음을 알게 된다.
물질에의 욕실은 끝이 없다. 또 현대의 물질문명은 인간의 욕망이 미처 따라갈 수조차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앞질러 가고 있다. 가령 오늘의 편리한 전기기구는 내일이면 벌써 구식이 되어 버린다. 유행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가을의 「모드」가 지금은 어느새 낡은 것으로 전락했다. 아니 지난봄의 「모드」는 지금의 그것과 또 다르다고 말한다. 실로 물질적인 욕망은 그 뒤를 아무리 쫓아 가드 꼬리를 잡을 수 없다.
사람들은 이제 그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질과 돈에의 추구가 얼마나 허황한 일이며, 또 그런 동안에 무엇을 잊어 버렸는가를 비로소 깨닫게 된 것 같다. 바로 그런 징조는 「정신의 풍요」가 담긴 책을 찾는 경향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서점의 서가에서가 아니고, 한 사회조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어느 사회학교수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부부들은 그 인간관계가 여간 공소하지 않다. 『남편과 같이 있지 않더라도 수입만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인들이 상당히 많다. 설문에 응한 3분의1의 부인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비록 이것은 제한된 범위의 한 단면이긴 하지만, 실망을 느끼게 된다.
부부애는 수입의 다음 순위로 밀려나 있다. 마치 부부애의 매개는 「따뜻한 마음」이 아니라, 차가운 돈과 물질인 것 같은 착각을 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만능의 한 세태가 우리의 가정에도 깊게 반영된 것 같다. 소비를 미덕시하는, 터무니없는 환상과 미몽, 그리고 무책임한 금전만능의 「스위트·홈」사상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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