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경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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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년 전 어느 봄날 우리집에는 귀여운 새식구가 하나 늘었다. 두 귀가 쫑긋하고 조그만 눈동자를 반짝이는 토종 강아지 한 마리였다. 우리집 막내 태곤이가 안고 다니며 보살피던 「루시」. 조금만 밥을 먹지 않아도, 가만히 누워 있어도 억지로 약을 먹이면서, 기르던 재롱둥이가 어느새 커서 건넌방 아줌마가 문을 잠그고 이웃집에 간 사이에 꼬마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 집까지 찾아와서 『멍멍』하면서 빨리 문 열어 달라는 듯 옷자락을 끈다.
건넌방 아기가 울어도 운다고 연락을 하고 바스락거리며 다니는 커다란 쥐를 날쌔게 잡기도 하고 영리하여 한번 본 사람은 잊지 않고 꼭 알아본다. 그러나 한가지 흠은 짖는 소리가 좋지 않은 것이다. 첫 배의 출산은 세 마리였다.
다음은 지난 광복절 하오부터 땅을 파며 가마니를 뜯길래 야단을 쳤더니 그것이 출산의 괴로움에서 그랬을 줄이야. 밤새도록 끙끙거리며 두 번째의 새생명을 탄생시켰다.
새벽에 예감이 이상하여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개집을 들여다보니 꼬물 꼬물 누렁이 셋, 검둥이 셋. 사람 같으면 오랫동안 야단치고 진통의 고통을 못 참아 소리를 질렸을 터인데 뒷정리까지 깨끗이 해놓고 이보란 듯이 새끼등을 핥고있는 모습.
30년에 처음 있는 폭서에 시달리고 헐떡이며 털이 많이 빠져 날아다닐 때는 당장에 없어졌으면 하고 귀찮더니 그렇게 큰일을 하였으니 강아지집도 하나 더 예쁘게 만들어야 되겠다.
아빠가 개목욕 시키는 일도 더 잦아지며 할 일도 더 많아지시겠지. 『이제 오래도록 「루시」와 같이 살자. 팔지 말고 응?』하니 꼬마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루시, 루시』부르며 뛰논다. 부엌에서는 「루시」를 위한 미역국이 구수하게 끓고 있다. 강달영(춘천시 봉의동 60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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