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영화 '씨비스킷'처럼 중소기업도 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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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올해는 갑오년 말의 해다. 그래서 최근 직원들과 함께 오래전 영화 ‘씨비스킷’을 보았다. 경주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미국 영화다. 씨비스킷은 좋은 피를 타고났지만 왜소하고 잘 길들여지지 않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훌륭한 조련사와 기수·마주를 만난 뒤부터 승승장구한다. 그리고 동부 최고의 명마 ‘제독’에게 도전장을 낸다. 자신보다 훨씬 덩치도 좋고, 경험도 많은 말이다. 시합 며칠 전 기수가 부상당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의 경주장에서 시합을 치른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씨비스킷은 제독을 이긴다. 이후 다리 부상으로 경주마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는 진단을 받지만, 자신을 키워준 기수와 함께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한국의 중소기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무시당하는 씨비스킷의 신세는 어려운 대외환경 때문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같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조련사·기수·마주·말을 각각 핵심기술자·경영자·투자자·중소기업으로 보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중소기업의 창업·성장·실패·재도전의 과정이 그대로 투영된다. 당대 최고의 말에 도전해 끝내 승리를 거두는 과정을 보면서 불굴의 정신력으로 대기업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의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주요 언론과 정부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과 지원의지가 각별하다. 손톱 밑 가시 뽑기부터 창업·벤처 활성화, 재기·재창업이 가능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 불공정 거래 방지, 연구개발 및 생산·기술력 제고, 수출 및 판로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법적·제도적 장치도 거의 마련됐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뛸 때다. 씨비스킷처럼 불굴의 기업가 정신에 기술·경영·자본이 잘 어우러져 청마(靑馬)의 해에 강소기업, 글로벌 히든챔피언이 많이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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