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6)증시는 왜 침체해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8월이래 주식 시세가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거래량도 현저히 줄어 증권시장이 계속 침체되고 있다. 주식 시세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므로 시세가 떨어졌다고 크게 걱정할 일은 못될지 모른다. 거래량도 하루 20∼30만 주 이상이 거래되고 있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증권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지 불과 1년만에 「장기침체」란 말이 오르내리게 된 현상은 어느 의미에서 보나 반가운 일은 아니다. 국민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단계에서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국민과 자본시장을 떼어놓을 우려마저 있다.
우리는 80년대 중화학공업의 육성을 위해 내자동원의 극대화가 절실한 시점에 있다. 그런 만큼 증권시장의 육성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도 최근 증권시장 동향을 보면 주가하락이나 거래량 감소뿐 아니라 한때 증권을 사려고 몰려들던 자금이 썰물처럼 시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
증권시장이 이렇듯 침체현상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내가 보기에는 최근 다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부동산 투자나 국제 「인플레」를 틈탄 재고투자로 투자선호가 바뀐데 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밖에 당국의 유동성 규제에 따른 시중의 자금수요의 증가도 증권시장의 돈을 빼내는 계기가 된 듯하다. 듣기로는 시중의 사채이자가 4%까지 올랐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도 증권시장을 위해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밖에 중동전 둥 국제정세의 불안도 「마이너스」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얼마 전 증권금융의 확대, 투자신탁기금의 확충, 자본시장 육성기금의 조성 등 장단기 조정방안을 발표한바 있다. 증권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당국의 지도와 배려가 절대적인 만큼 정부가 이처럼 깊은 관심을 보여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며 이러한 정부의 배려가 있는한 증권시장은 계속 성장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최근의 시장과 관련해서 생각할 때 시장경기를 이끌어 올리는 것은 수요를 창출하는데 있으므로 투공이나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가들의 개입에 의한 수급 조절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다행한 일이겠다.
한편 업자들도 당국의 배려에만 의지하지 말고 평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
여 증시부양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투자자들도 한때 시장이 침체했다고 조급히 생각해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보유주식을 판다든지 하는 일은 현명치 못한 것으로 생각하며 단기투자라도 장기투자로 전환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강성진<삼보증권 사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