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원대책과 개발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내 부존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주요원자재를 수입하여 가공하는 방식의 공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서 국제적으로 심화한 자원 파동은 우리의 공업화 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원자재의 안정된 수입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우리의 지속적인 성장은 보장되기 어려울 것임을 고려할 때, 자원문제는 개발전략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원문제를 개발전략과 분리해서 부분적인 문제로 처리하려는 종래의 경향은 시정되어야 하겠다.
정부가 『자원의 이용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보아 불가피한 일이라 하겠으나 기존 개발전략을 그대로 놓아두고서 국제적으로 공급이 여의치 못한 자원을 특별조치법으로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에는 문제점이 있다. 솔직히 말하여 국제경제 정세의 변화로 오는 자원문제를 국내법의 제정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좁은 시야의 소산이다.
물론, 국내법의 제정으로 수입업자의 애로를 완화해 주고 특히 대금 및 세제 면에서 수입유인을 제공함으로써 필요한 자원수입을 촉진한다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각도를 바꾸어 자원문제를 평가할 때 국내법의 제정과 같은 지엽적인 대책보다는 월동 근본적인 문제를 보다 깊이 있게 검토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선 지금의 경제규모에서 자원문제가 심각한 애로 요인이 되고 있다면, 경제규모가 지금보다 수배로 늘어날 80년대의 자원문제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이냐를 예측해서 현재의 개발전략을 철저하게 재검토하는 것이 절실한 당면 문제점이다. 우리가 계획하는 중화학공업 건설을 통한 수입의 획기적인 증대라는 전략은 전형적인 자원 집약적인 방식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며, 때문에 특별조치법과 같은 국내조치로 장래의 자원압력을 감당해 나갈 수 있겠는지부터 평가해 보기를 권고한다.
특별조치법 등으로 장래의 자원 압력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개발전략 자체를 수정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 아닌지 일단 명백히 가려 두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자원대책에서 자원의 개발수입 장기계약·직수입 등 필요한 용어는 모두 동원하고 있으나 이들을 구체화하려면 자본력이 뒷받침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상대방이 무조건 응해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국제경제 관계로 보아 무리이다. 우리가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광의의 투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그만한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외자도입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야만 기존 개발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우리의 처지에서 자원의 장기적 확보에 필요한 선행 투자를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인지 먼저 계산해 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우리의 기존전략을 전제로 하는 한 자원확보를 위해 별도의 자본을 마련할 여력은 없는 것이 아닌가.
정부가 자원확보 대책을 강화하는 것은 환영하는 바이나 자원문제에 대처하는 시각은 근본적으로 바꿔어야 하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