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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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직업상 「넥타이」를 매지 않아 난처하게 스스로 느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넥타이」 없는 검사를 상대방이 어떻게 보는가에 신경이 쓰여 불안을 느끼곤 한다.
「넥타이」가 원래 언제 어디서 유래하였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현대에 있어서 「넥타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 의복의 필수적인 요소로 되었다. 그것은 입고 있는 의복의 전체적 조화를 이루는 점에서 하나의 장식적 가치를 가질 뿐만 아니라 외관의 품위를 유지시키는 점에서 그 사람의 인격적 가치까지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넥타이」는 남자라면 어느 누구나 매는 것이 아니고 소위 신사라는 칭호를 듣는 사람들이 신사도를 지키면서 사회 생활을 하는 표적인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예의나 의식, 그리고 근엄성을 지켜야 할 때는 반드시 「넥타이」를 매게 되고 그러한 것을 무시해도 좋을 경우는 매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다.
외교관은 언제나 「넥타이」를 매고 나서야 하고 노동자가 일하면서 「넥타이」를 맬 필요가 없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넥타이」는 그 길이와 폭, 그리고 그 빛깔에 따라 그 사람의 모습과 품위를 크게 다르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하여 「넥타이」는 유행에 따라 다르고 그때 그때의 유행에 맞추어 이를 매지 않으면 우습광스러운 꼴이 되는 것이며 그 빛깔도 그 사람의 연령·성격·직업·의복 등에 맞추어 매야 그 가치가 발휘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넥타이」의 본성 때문에 누구나 「넥타이」룰 매게되면 그는「넥타이」와 함께 대중과 전체 속에 파묻혀 그 규범을 엄격히 지켜야하며 따라서 그의 사고와 행동은 자연 전체적, 그리고 계층적 질서 속에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내게 있어서 「넥타이」를 고르는 일은 지극히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백화점 점포 「행거」에 걸려 있는 그 무수한 「넥타이」 어느 것을 고를 것이냐 하는 것은 마치 가지가지의 인생길 중에서 어느 길을 택할 것이냐 하는 것만큼이나 마음이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그 모양과 빛깔이 대개 그것이 그것! 거의 비슷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같은 속성 때문에 「넥타이」는 때로는 사회 생활에 있어서 하나의 중대한 구속이 되는 경우가 있다. 「넥타이」가 목에 메어져 목을 감고 있는 것처럼 「넥타이」는 사람의 자유스런 사고와 행동을 제약·억압하는 수가 많을 것이다. 뭇 사회인들과 하나가 되어 그 질서에 따라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자기의 생각, 자기의 주장은 내세워질 수 없고 자기가 원 하는 행동이라고 하여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넥타이」가 매는 사람을 구속하기 때문에 나는 「넥타이」가 원망스럽고 「넥타이」를 매는 것조차 몹시 귀찮게 느껴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인생의 질이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극히 짧은 것이다.
한번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일회적인 인생의 길에 「넥타이」목에 꽉 매고 그 부자유스런 사회 생활을 하는 것이 때때로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나 스스로 생각하고 나 자신을 발견 창조하는 생활이 그립기조차 한 것이다. 「넥타이」 없는 「잠바」 바람의 인생! 그것은 얼마나 발랄하고 낭만적이고 또한 아름다운 것인가?
고광우 <서울 지검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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