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술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났던 토속주가 최근 신제품이 잇따라 나오면서 인기를 되찾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마다 향토 특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토속주 개발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일부 신흥 토속주는 해외시장까지 진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충청=인동주·아산명주·두충주 등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짚동가리주 등이 곧 나올 예정이다.
인동주(忍冬酒)는 부여에서 3대째 양조업을 하는 고려주조(041-832-3007)
대표 이택규(42)씨가 인동초를 원료로 1998년 개발한 술. 당귀·호박·마늘 등 17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13도짜리인 이 술의 맛은 대량 시판 중인 백세주와 흡사하지만 가격은 한병(3백75㎖)에 2천원으로 다소 싼 편. 2001년부터 일본에 연간 약 7천만원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아산명주(15도)는 아산시 선장면 원앙주업(041-541-3130) 대표인 채수성(66)씨가 아산 쌀에 진피·감초 등 9가지 한약재를 넣어 지난해 8월 선보였다. 3백75㎖ 한병에 2천원으로 한달에 1천여만원어치가 팔린다. 蔡씨는 원앙주·가시오가피주 등도 만들어 시판 중이다.
두충주는 청송 두충주조(042-274-6599)의 조남기(66)대표가 자신의 지병인 신경통을 치료하기 위해 전통의학 서적을 뒤적이다 우연히 두충주의 효험을 발견, 개발하게 됐다. 인삼·녹용보다 더 귀했다는 두충에 계피·솔잎·벌꿀 등을 섞어 숙성시킨 약용주로 2001년부터 지금까지 18만2천여병(7백㎖들이·2만3천원)을 팔았다. 지난해 3월25일 특허권을 획득했다.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3호인 보은의 송로주(松露酒)는 기능 전수자인 임경순(44·043-542-0774)씨에 의해 2001년 9월부터 본격 생산되고 있다.
독특한 맛과 향으로 애주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쌀과 누룩을 발효시켜 만든 밑술에 소나무 관솔(옹이)을 썰어 넣고 솔뿌리에 기생하는 복령(茯令) 분말을 섞은 뒤 엿기름을 혼합해 담근다. 알콜도수가 48도로 독한 편이지만 상큼한 솔향이 코와 혀를 즐겁게 해준다. 4백㎖짜리는 2만3천원,7백㎖짜리는 3만5천원.
아산의 대표 전통주로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도고온천에서 회갑을 치를 때 사용하는 등 평소에 즐겨 마셔 일명 ‘박통주’라 불렸던 짚동가리주도 오는 10월 선보일 예정이다. 아산시는 조세법 단속을 피해 짚단 밑에 단지를 숨겨 숙성시켰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된 이 술의 상품화를 위해 3억원을 들여 누룩의 균일화와 표준화 작업을 하기로 했다.
◇강원=홍천군 서석면 옥선주영농조합법인(033-433-5910)이 조선시대 말 고종에 진상했던 가양주를 1997년부터 옥선주라는 이름으로 대량 생산하고 있다. 증류식 순곡주로 옥수수를 주원료로 갈근과 당귀를 첨가해 발효시킨다. 알콜도수 40도로 여린 연갈색 빛깔에 청량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도자기(7백㎖) 용기에 담아 2만2천원에 판매 중이다.
◇호남=무주의 덕유양조(063-323-2356)가 머루주를 시판 중이다. 잘 익은 머루를 대형 단지에 넣고 서늘한 곳에서 20일 동안 발효시킨 후 머루 5백g 당 소주 1.8ℓ를 부어 6개월 이상 더 발효시켜 만든다. 맛은 포도주와 비슷하나 향기가 진하다. 노인성 좌골 신경통과 폐결핵 자양제로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병(7백50㎖)에 2만5천원.
한편 보성군(061-852-8259)은 회천면 일대에 전해 내려오는 강하주(薑荷酒)를 특산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목포대에 용역을 의뢰 중이다. 찹쌀과 생강·구기자·계피·대추 등의 약재를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제조방법을 특허 등록했으며, 조만간 시판에 들어간다.
◇영남=최근 솔송주와 초화주가 애주가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솔송주는 함양군 지곡면 하동 정씨 문헌공파 종가에서 비법으로 전해오던 술. 문중 16대 며느리인 박흥선(50·055-963-8992)씨가 주조 허가를 받아 96년부터 대량 생산하고 있다. 찹쌀에 지리산 자락에 자생하는 소나무에서 채취한 솔잎·솔순과 엿기름을 넣어 만든다. 가격은 알콜도수(13∼40도)에 따라 4천∼4만원.
영양군 청기면 청기리의 영양장생수(054-682-6036)가 생산 중인 초화주(椒花酎)는 이 회사 임증호(51)사장의 집안에서 가업으로 빚던 술로 30,41도의 두 종류가 있다. ‘향기로운 꽃 냄새가 나는 술’이란 뜻을 가진 이 술은 쌀과 누룩에 천궁·당귀 등 12가지 한약재를 섞어 만든 증류주다. 독한 편이지만 맛이 깔끔하고 한약재가 들어 건강에도 좋다는 게 林사장의 설명이다. 도자기병(8백㎖·41도)은 4만원, 유리병(3백75㎖·30도)은 9천원.
김방현·안남영·서형식 기자
사진=김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