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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첫 장기 청사진 "10년간 31조 투자, 17만 명 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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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0년간 31조원 투자, 17만 명 고용’.

 정용진(46)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7일 향후 10년 비전을 내놨다. 10년 이상의 장기 청사진을 제시하기는 그가 2009년 12월 그룹 총괄 대표이사(CEO)에 오른 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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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임원 120여 명과 함께 경영전략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올해 2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 실적(2조4000억원)보다 8.3% 많은, 사상 최대 투자액이다. 경기도 하남에 짓고 있는 교외형 복합쇼핑몰과 고양 삼송지구 복합쇼핑몰 등 복합쇼핑시설이 주 사용처다. 이를 포함해 신세계그룹은 2023년까지 매년 2조원 이상, 모두 3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백화점·이마트에 12조8000억원 ▶쇼핑센터·온라인·해외사업에 13조8000억원 ▶기타 브랜드 사업에 4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채용도 올해 새로 1만2000명을 뽑는 등 매년 1만 명 넘는 규모로 실시하기로 했다. 10년 동안 백화점·이마트에서 7만3000명, 쇼핑·온라인·해외사업 부문에서 5만9000명 등 총 17만 명을 새로 고용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1만1000명을 제외하면 1만2000명을 새로 고용했는데, 올해 역시 경기전망이 밝지 않음에도 같은 수준의 채용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이 같은 결정과 관련해 “기업이 해야 할 최대의 사회적 공헌은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투자와 채용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내수 경기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형태는 다각화에 방점을 찍었다. 백화점과 이마트를 늘려나감과 동시에 2016년부터 차례로 문을 열 하남·인천·대전·안성·의왕·고양 교외형 복합쇼핑몰 외에도 10개의 복합쇼핑몰을 더 세우기로 했다. 또 온라인 장보기·백화점몰 사업을 강화하는 등 인터넷통합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경영이념도 바꿔=정 부회장은 10년 장기 비전을 짜기 위해 경영지원실을 통해 임직원 2500명을 심층면접했다. 지난해 초부터 1년이 걸렸다. 이들 한 명 한 명이 내놓은 그룹의 현안과 위기의식, 그리고 발전 방안 등은 고스란히 정 부회장의 눈앞에 놓였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이 다가오면서는 임원들과 수차례 난상토론도 벌였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임원은 “부회장 앞에서 고성이 오가는 논쟁이 벌어지곤 했다”고 회상했다.

 마침내 6일 워크숍 현장, 임원들이 상상한 것 이상의 결심을 정 부회장은 굳혔다. “그룹의 경영이념을 바꾸겠다.” 신세계그룹 임직원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회사 수첩 첫 페이지에는 ‘신세계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으로 사회발전을 위한 책임을 다하고…’라는 경영이념이 적혀 있다. 이 글귀를 ‘고객의 불만에서 기회를 찾고, 관습을 타파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혁신 기업이 되자’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향후 10년간 새로운 유통 업태를 발굴하고 집중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혁신이 우리를 그 길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의 장기 비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조만간 김해성 그룹 전략실장을 중심으로 비전실천사무국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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