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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개스」중독과 신흥 주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주택과 연탄「개스」중독사고와의 상관관계를 밝힌 서울대 의대부속병원 연구「팀」의 조사결과는 자못 사람들의 허를 찌른 감이 있다.
연탄「개스」사고는 신흥개발단지의 겉이 번지르르한 새집에서 일어나는 비율이 오히려 판잣집에서의 그것보다도 더 높다는 것이다.
사고가옥은 판잣집류가 불과 10%내외인데 비해 건축연수 6년 이하 짜리 새집은 59.4%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같이 개발지구의 새집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원인은 공사의 날림에 있다. 집 장수들이 건축비를 덜 들이기 위해 눈에 띄는 부분만 번지르르하게 단장하고 안 보이는 곳, 그 중에서도 구들과 고래를 허술한「시멘트·블록」으로 쌓고 있기 때문에 몇 년을 못 가 연탄「개스」가 새어나게 된다는 것이 분석의 결과이다.
요즈음 짓고 있는 서민주택이 값비싼 구들장 대신「시멘트」구들장을 쓰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건축법시행령에는 이 같은「시멘트」구들장은 철근을 넣어 만들도록 되어있다. 문제는 집 장수들이 이를 무시하고 철근을 넣지 않는 바람에 구들장의 강도가 낮아 온돌의 열과 가구의 무게를 받으면 곧 균열이 간다는 데에 있다.
연탄「개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새삼 긴 얘기가 필요 없다. 지난 59년부터 68년까지의 10년 동안 연탄「개스」에 의한 사망자수는 법정전염병에 의한 전체사망자수의 무려 13배를 웃돌고 있다는 통계가 단적으로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주거생활이 아직도 연탄「개스」중독의 위협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과학기술의 큰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서울대 의대「팀」의 연구는 비록 연탄「개스」의 중독사고를 적극적으로 근절시키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고의 주요원인을 밝힘으로써 그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 소극적인 공헌을 한 점이 평가된다.
사람 목숨의 생사의 갈림길이 구들장 한 장에 있다면 집 장수나 건축업자나, 입주자나 모두가 보이지 않는 구석이라 할지라도 그 한 장의 구들장을 함부로 해서 아니 됨은 물론이다. 구들장을 허술하게 만든다는 것은 잠재적인 익명의 살인행위라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특히 감독관청의 철저한 감독이 있어야 되겠다.
또 한가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새집이 낡은 집만 못하고 새로 개발한 신흥 주택촌이 오랜 주택가만 못하다는 사실이 주는 심리적인 문제이다. 근대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것이 낡은 것 보다 낫다는 신념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이른바「이노베이션」(쇄신)의 과정으로서 설명되는 근대화란 곧 이 같은 새것이 낫다는 신념과 새것의 채택의 전파 과정이다.
우리들 생활의 바탕이 되는 주거에 있어 새것이 옛것만 못하다면 그것은 비단 한국과학의 수치일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가 걷는 근대화의 하나의 허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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