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여사 "대선 출마" … 미얀마 민주화 급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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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지

미얀마의 민주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가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수지 여사는 4일(현지시간) “올해 안에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내년 총선에도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3일 수지 여사의 대선 출마가 가능하도록 개헌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헌법은 배우자나 자녀가 외국 국적을 보유했을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인과 결혼한 수지 여사는 영국 국적의 두 아들을 두고 있어 현행법상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당(NLD)은 “개헌 없이는 내년 총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활발한 개헌 논의에 힘입어 총선 참여를 결정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내년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서 민심을 공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지 여사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NLD가 총선에 참여할 경우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집권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PD)과 NLD는 각각 개헌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의회도 개헌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세인 대통령은 “배우자나 자녀가 외국 국적자인 국민을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한 헌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헌법이 개정되면 수지 여사는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걸림돌도 있다. 2008년 군사 정권하에서 제정된 헌법은 의회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해 군의 동의 없이는 헌법 개정이 힘들다. 개헌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75% 이상이 찬성해야 해 군부의 입장에 따라 헌법 개정이 판가름 난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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