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또 억지 … 정상회담 불발 책임 떠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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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올 첫 공식 행사로 미에현 이세 신궁을 참배했다. 그는 한·중 정상을 만나 야스쿠니 참배 이유를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미에 로이터=뉴스1]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한·일,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곤란한 과제와 문제가 있을수록 전제조건을 달지 말고 정상끼리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도 같은 자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에(三重)현 이세(伊勢) 신궁을 참배한 뒤 신년 기자회견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견에서)정상회담을 위한 충분한 준비를 강조하며 일본이 한국 쪽에 다가설 것을 요구했다. 한국·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화의 문은 열려 있고,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이미 해왔다”며 이렇게 답했다.

 야스쿠니(靖國) 참배로 인한 분란은 자신이 일으켜놓고 마치 정상회담 불발의 책임이 다른 나라에 있는 것처럼 떠넘기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나의 진의를 꼭, 직접, 성의를 갖고 (한국과 중국에)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피해가려는 듯했다. 모두 발언에선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에 고통 받는 일 없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은) 아시아의 친구, 세계의 친구들과 함께 세계 전체의 평화 실현을 생각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스쿠니 참배 직후 회견에서 밝혔던 변명을 또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평화헌법 개정이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대한 의욕은 감추지 않았다. “제정된 지 68년이 지난 지금,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 (헌법)해석의 변경이나 개정을 위한 국민적 논의를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며 “한국이나 중국 등에도 정중하게 설명하면 이해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금까지 이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자신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그는 “1회 초 노아웃 만루(의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 내가 믿는 공을 최대한 던져 넣었다”며 “일본 경제는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크게 바뀌었고, 위기는 어떻게든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1회 말인 올해는 디플레이션 탈출이란 승리를 위해 공격할 차례”라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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