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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황해도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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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입맛이 나는 계절 가을이 온다. 음식을 만들기에도 먹기에도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각 지방 각 가정의 고유한 음식 맛을 찾아 「팔도별미」를 엮어본다.
황해도 음식은 일반적으로 담백하면서 깔끔한 맛을 지니고 있다. 양념을 많이 쓰거나 유난스런 치장을 하지는 않지만 곡창지대답게 음식 맛은 은근하고 푸짐하다.
얼큰한 호박김치찌개, 고소한 되비지탕, 닭 국물로 비벼내는 교반, 부드러운 애호박찜, 그리고 입을 쏘는 진한 향기의 고수김치 등은 모두 가을식탁에 올려지는 황해도특유의 음식들이다.
해주가 고향인 윤숙경씨(전 수도여고교장)로부터 이들 음식 만드는 법을 들어본다.

<호박김치찌개>
호박과 배추로 찌개용 김치를 한독 담가두었다가 고추장 된장 고기를 넣고 끓이는 별미다.
호박은 요즘 같은 초가을에는 애호박으로, 늦가을에 담가 겨우내 두고 먹을 것은 늙은 호박으로 담는데 배추와 함께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쌀 뜸 물을 붓고 돌로 눌러두면 노르스름하게 익게된다.
맛이 새콤해졌을 때 건지를 건져 꼭 짜서 냄비에 담고 된장·고추장을 식성에 따라 풀고 고기를 넣고 끓이면 된다. 쌀뜨물 속에서 익은 호박이 구수한 맛을 내어 맛좋은 김치찌개가 된다.

<애호박찜>
갸름하고 윤이 반들반들 나는 애호박을 오이소박이 담듯 십자로 칼집을 내고 고기다진 것을 끼워 삶으면 된다.
고기는 잘게 다져 마·마늘·후추·진간장으로 양념해서 2시간쯤 재워두었다가 쓰고, 호박이 너무 큰 것은 반으로 토막낸다.
큰 냄비에 호박을 차곡차곡 담고 국물을 조금 부어 중간 불에서 오래 끓인다. 호박이 흐물흐물 무르도록 익혀서 따끈할 때 먹는다. 호박에서 국물이 많이 나오는데 이 국물은 술 취한 다음날의 시원한 술국으로 좋다.

<되비지탕>
콩과 깨를 갈아서 우거지·돼지고기를 넣고 끓인다.
콩은 흰콩으로 하룻밤 뭍에 불렸다가 같고 깨는 콩의 10분의l쯤 섞으면 적당하다. 냄비에 송송 썬 우거지와 돼지고기를 담고 콩·깨 잔 것을 붓고 뚜껑을 연 채로 끓인다. 끓어 넘지 않도록 불을 세게 하지 말고 또 젓지도 않는다.
익은 후에 새우젓국이나 곤쟁이 젓국으로 간을 맞춰 잠깐 뜸을 들였다가 따끈할 때 먹는다. 젓국대신 양념 간장으로 간을 맞춰도 된다.

<닭고기 비빔밥>
폭 삶아 건져서 살을 뜯어 양념한 닭고기와 호박볶음, 달걀지단, 석이버섯 등으로 고명을 얹어 만드는 비빔밥이다.
비벼 먹을 때 바글바글 끓인 닭 국물을 조금씩 부으며 비비면 부드럽게 된다. 밥 위에 배도 채쳐서 장식하고, 고추장대신 참기름에 고춧가루와 실백을 넣고 갠 것을 군데군데 얹어서 낸다.

<고수김치>
고수는 「파슬리」처럼 생긴 향내가 진한 들나물이다. 냄새가 너무 진해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황해도사람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가을미각 중의 하나다.
고수는 하룻밤쯤 물에 담가 냄새를 땐 후 바지락 조개젓이나 황새기젓에 버무려 담는다. 고수만으로는 너무 진하다고 느껴지면 배추와 석박지로 담가도 좋다.
요즘날씨에 4∼5일 지나 폭 익은 고수김치는 칼칼한 별미가 된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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