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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바로 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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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여자대학은 지난 8일 동 대학 소강당에서『우리말과 글 바로 쓰기』연구 발표대회를 갖고 우리말 순화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이 대회에서 한글학자 한갑수씨가『언어교육과 우리말 글 바로 쓰기』, 중앙대 황희영 교수가『언어와 민족』을 각각 주제로 강연했고, 황희영 교수의 사회로 정연승(건국대) 김성배(동국대) 이상보(명지대) 최학근(서울대) 김해성(서울여대) 교수 등이 토론을 가졌다. 이날 대회의 주제발표를 간추려 본다.
언어교육과 우리말 바로 쓰기(한갑수·한글학자)=오늘날 우리는 언어격동의 혼란 속에서 벅찬 시련을 겪고있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는 15세기 중엽까지 우리 고유의 글자를 가지지 못했고 한문교육에 억눌려 우리말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가 훈민정음이 창제 반포되기는 했으나 얼마 아니 가서 수난기로 접어들어 기를 펴보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있다.
둘째, 국토양단과 6·25사변으로 방언을 쓰는 사람의 교류가 심하게되어 어느 지방의 방언이고를 막론하고 그것은 그것대로의 한 짜임새와 향내를 지니고있다.
세째, 광복 후 외국문물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와 미처 이것이 받아들일 태세가 마련돼 있지 않은 우리의 언어 및 풍속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말의 혼란상태를 살펴보면 ①음운의 혼란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외국」이 「웨국」으로, 「의」(상) 가「우이」의 합친 음으로, 「영화」가「영화」로 되어 가는 것이라든가 받침 없는 음절 ㄴ·ㄹ·ㅁ· ㅇ 따위를 받침으로 가진 음절아래에서 「ㄱ」과「ㅂ」들이 까닭 없이 된소리로 나는 경향이 현저하다.
예로「교과서」가「교과서」로 발음되는 현상 등이다.
②의미의 혼란이 격심하다는 것이다.「근사하다」는「거의 비슷하다」라는 뜻으로 쓰여온 말인데 요즘은 이 말이「훌륭하다」·「그럴듯하다」·「멋지다」등으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③외래어의 혼용현상이다.「타이」가 「태국」·「사이앰」·「섬라」·「삼」등으로 혼용되고 있다.
④문법의 혼란이다. 우리말에서 설명어가 둘 이상 연속될 때에는 때도움줄기(시간보조어간) 「었」또는「았」이 제일 끝의 설명어에 붙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끝에서 둘째 설명어에 붙는 예를 많이 보게된다. 『내가 너더러 철수 만나서 그 말 전하라고 하지 않았니?』하던 것을『내가 너더러 철수 만나서 그 말 전하고 오라고 했지 않니?』하는 식이다.
또 도움줄기는 그 쓰이는 차례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원칙인데「가시옵고」와「가옵시고」가 혼용되고 있다.
이상에서 우리말의 혼란상을 몇 가지 지적했는데 우리말이 어지럽고 흐려져 있으면 우리의 얼도 어지럽고 흐려지는 법이다. 국어를 빛내기 위한 노력과 정성을 온 국민이 함께 해야할 때라 하겠다.
◇언어와 민족(황희영 박사·중앙대)=우리 민족문화는 언어공동체가 비언어 공동체에 대한 저항으로 형성되어왔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문화는 그 생성과 전승이 확실히 비언어공동체(외국인의 침범)를 배격하는 주체성 자각으로 일관되고 있다.
이같은 직접적 저항의 예를 보면 ①7세기 때 나·당 연합전선에 대항 ②고려 때 원에 대한 저항 ③16세기 왜군에 대한 저항 ④일제 때 항일저항 등을 들 수 있겠다.
이같은 저항은 간접적으로 ①고유어 전승 ②한문화에 대한 비판성 견지 ③훈민정음 창제 ④신화와 전설의 구전 ⑤유·불교에 대한 비판성 ⑥일제아래 한글운동 ⑦외래어 범람에 대한 저항과 우리말과 글 바로 쓰기 등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우리 글은 끊임없이 다가올 비언어와의 충돌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아래 다듬어져야 될 것 같다.
①외래어는 우리 언어로 가공되고 포장되어야 한다 ②표준어가 지방어에 가치관 적으로 우위에 있을 수 없다 ③은어·속어·서민층의 언어와 지역언어는 비언어가 아니다 ④외래· 학술·기술·예술·기존문화 언어에 없었던 용어는 비언어가 아니다 ⑤우리말 사전은 기술·사회·심리언어학적 방법에 따라 언어와 비언어가 동시에 다루어지고 고유어·현대어·전국 전제어의 기어가 수록되어야 한다 ⑥외래어를 포함한 우리 문화권의 모든 언어는 우리글자로 표기될 수밖에 없다 ⑦북한의 문화어는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생성된 것이므로 비언어로 다루는 입장에서 검토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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