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TT 동경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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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협상방법론에 차이를 보였던 미국과 EC가 각기 일보씩 후퇴하여 동경선언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나 통화협상과 무역협상이 다같이 원만하고 조화 있게 타결될 것이냐는 앞으로 좀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GATT 동경선언은 이른바 미사어구의 일반원칙에 불과할 뿐 그것만으로써 협상타결에 서광이 비친 것으로 속단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 이 선언은 앞으로 관세문제를 협의하는데 있어 존중되어야 할 기본적 원칙을 밝힌 것 일뿐, 실질협상은 이제부터 개시되는 것이다.
GATT는 본래가 소수 선진국의 무역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출현했다는 사실에 비추어서는 물론, 또 새로운 협상의 주역들이 미국·EC, 그리고 일본이라는 3대 경제권이며, 이들의 막후협상 여하에 따라서는 장차 있을 실질협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GATT 총회의 선언보다도 앞으로 이들 3대 경제권이 어떤 협상자세를 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므로 동경선언이라는 외형보다는 3대 경제권이 앞으로의 실무관세협상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이며 어떤 절충안에 합의할 것이냐를 더욱 주시해야 한다.
GATT 협상의 막후에서 실질적인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통화협상과의 관련성 문제, 긴급수입제한 제도의 성격 및 범위문제, 그리고 농산물거래 질서 문제 등이라 하며 후진국에 대한 특혜관세의 제공문제라든지 비관세 장벽의 완화문제 등은 장식적인 성격을 벗어나기 힘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GATT 총회의 본질적 성격 때문에 선진국간의 고도한 절충과정을 보다 중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닉슨」행정부의 약화와 대 의회 관계의 악화, 그리고 EC내의 행동 통일난 등 때문에 동경선언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전개될 실무협상의 전도는 그리 밝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관세협상이 동경선언에 따라서 순조롭게 진전되기 위해서는 국제통화 협상이 동시에 순조롭게 추진되어야 하나 현재의 제반상황으로 보아 통화협상 측면이 관세협상 진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통화협상이 여의치 않을 때 관세협상은 비록 외형상으로 진척된다 하더라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오늘의 세계경제 동향은「인플레」의 누적 속에서 기존질서가 계속 교란되고 있는 상황이며, 각국은 국제적 파동을 차단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통화협상 및 관세협상이 당초「스케줄」대로 진행되기는 힘들다.
오히려 협상과정 중에 또 다른 파동요인이나 교란현상이 일어날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므로 앞으로도 국제경제동향은 하나의 과도기적 성격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수출의 높은 신장을 통한 고율 성장을 정책기조로 하는 우리로서는 관세 및 통화협상이 순조롭게 추진되어 우리의 정책기조가 전제로 하는 국제적 여건이 하루속히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협상의 과정을 항상 주시함으로써 불측의 교란요인을 경계,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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