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친일 주장하며 팩트도 틀린 이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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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역사 망언으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전 도쿄도지사·사진)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 지도자를 찬양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5일 TV아사히의 보도프로그램에 출연,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친하게 어울려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는 전후 한국의 가장 걸출한 대통령이지만 그의 일본 식민지 지배에 대한 평가는 매우 복잡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통령은 일본의 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며 “‘(한국인임에도) 일본인을 대표해 답사(答辭)를 읽고 이런 걸(수석졸업) 시키는 위정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박 전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직접 들은 기억이 난다”고 주장했다.

 이시하라는 “당시 그 얘기를 할 때 후쿠다(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를 지칭, 1976년 12월~78년 12월 총리로 재임, 95년 사망)도 배석해서 ‘오, 오’ 하면서 감탄하며 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하면 그 사람(박근혜 대통령을 지칭)의 입장이 안 좋아지니까 일부러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시하라의 발언은 사실 관계부터 틀렸다. 박 전 대통령은 42년 만주군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이후 편입한 일본의 사관학교에선 3등으로 졸업(44년 4월)했다. 답사를 한 것도 만주군관학교 졸업식 때였다.

 이시하라는 또 위안부 강제연행을 시인한 ‘고노담화’에 대해서도 “매춘부를 조달했던 주체를 업자로 할 것인가 국가권력으로 할 것인가 새벽까지 논쟁하다 결국 (현재의) 고노담화가 돼 버렸다”며 “(이는) 조작된 것이며 두고두고 화근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을 수주했던 것도 일본의 도시바(東芝)가 배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며 그런 사실을 한국인들이 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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