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출자기금 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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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출자기금법안에 따르면 기금채권의 소화대상은 주로 ⓛ국민저축조합예금 및 복지연금기금 ②우편저축 ③공공기금 ④금융기관예금 ⑤보험·신탁자금 등이며, 그밖에도 근로자의 퇴직금, 공업단지·도로용지 매수대금 등도 소화대상이 될 듯하다. 그밖에 일반 소화까지를 고려하면 민간경제활동전반에 대하여 기금채권이 강제 소화될 것으로 보이며, 과거에 보지 못했던 강력한 저축수단이 기금법의 제정으로 마련되는 것이라 하겠다.
81년의 경제를 실현시키는데 있어 내자의 비중이 90%를 점하는 이상 무엇보다 획기적인 저축수단이 동원될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처음부터 가능했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이같은 내자동원 안은 우선 저축-투자「채널」의 변혁을 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의 관계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내자동원정책의 기조문제를 분명히 해둘 필요를 절실케 한다.
첫째, 내자동원의 기조를 자발적 저축에 둘 것이냐, 아니면 현재 저축에 둘 것이냐를 분명히 해야만 앞으로의 정책논리가 명확해져 질서 있는 동원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 보도된 내용만으로는 어느 쪽을 더 기대하고있는 것인지 분명치 않으므로 우선 이점부터 좀더 분명히 밝혀야할 필요가 있다. 자발적 방식과 강제 저축방식이 양립되기는 힘들 것이므로 이점을 소홀히 하면 오히려 비 능률화 할 염려가 있다.
둘째, 출자기금 법이 채권소화대상으로 잡는 주요대상은 금융·보험 및 연금기금 등 전 저축기관을 거의 총망라하고 있다. 이렇다면 현행 금융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서 기금법과 조화시키는 문제가 당연히 제기된다.
현행제도를 그대로 놓아두고 기금 법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적지 않은 애로가 파생될 가능성이 있다. 가령 예를 들어 현재의 시중 은행은 설비금융 수요 때문에 상국의 DC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초과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좀처럼 시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데 그 위에 기금채권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기준부족사태가 만성화하리라는 것을 예측키 어렵지 않다.
따라서 금융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불란서·「벨기에」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 즉 예금은행은 무역금융·당좌 대 월·상업어음 할인만을 취급하고, 나머지 대금은 전적으로 기금채권을 인수하되 기준은 유가증권으로 예치하는 방법을 도입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설대금 대출창구는 투자은행으로 단일화하는 것이며, 여타 은행은 일체 시설자금공급을 취급하지 않는 것이 자금효율 면에서나 자금집중 면에서나 유리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예금금리는 현행 최고금리 규제에서 최저금리 규제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함이 자명하다.
즉 예금은행은 예금 면에서만 경쟁할 수 있도록 금리규제를 풀어주어야 하는 대신, 대출은 별도기관에서 하는 것이 자금경쟁력을 강화하고 자금집중효과를 높이는 것이며, 동시에 금융상의 불미한 사례도 없어지는 이득이 있다.
끝으로 기금채권의 소화를 개인에도 적용시킬 것이냐, 아니면 저축기관에만 적용시킬 것이냐를 깊이 연구해주기를 바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양측에 다 적용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 양측에 다 적용한다면 결과적으로 강제저축과 자발적 저축을 ?행시킨다는 뜻이 되는데 이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즉 절대적으로 저축여력이 없는 소득 층이 아니라면 강제저축만큼 자발적 저축을 줄일 것이므로 효과가 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국민은 금리유인에 마라서 통상저축수단을 선택하고, 그렇게 동원한 자금을 기금 화시키는 간접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것이며 그렇게 하려면 현행 금융제도는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소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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