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계의 실태와 전망을 추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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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는 지금 식량위기설 속에서 떨고 있다. 이상기후, 농경지의 한계, 인구 증가 등의 요인들이 식량난을 일으키고 있다. 외신·외지를 종합하여 식량위기의 실태와 전망을 추적해 본다. <경제부>

<수급상태와 전망>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동남아 제국은 홍수·한발에 쫓겨 미곡생산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본 「필리핀」은 쌀을 수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반면 전통적인 쌀 수출국인 중공·태국·「버마」 등은 수출 규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동남아에서는 쌀의 밀수·매점매석 행위를 마약사범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외신에 의하면 「아프리카」·「뱅글라데쉬」·인도에서도 기근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현상은 공산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소련·중공이 서방측으로부터 곡물을 대량 수입하는 바람에 국제곡물가격이 뛰고 선임마저 계속 오르고 있다.

<비도 평년작의 5분의1>
세계는 작년부터 농산물의 흉작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이상 기상이 계속되어 전망이 흐리다.
「필리핀」은 6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기적의 볍씨를 개발, 녹색혁명이 성공한 것 같았으나 결국은 패로 돌아갔다.
71년에는 「윌즈」병이 발생한데다 작년에는 중부지방에 대홍수, 남부 지방에는 한발이 몰아 닥쳐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평년의 5분의 1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 기적의 볍씨가 기후변화에 약하다는 결점이 드러나 녹색혁명이 좌절된 것이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은 우기인 7, 8월에는 비가 안오고 뒤늦게 쏟아졌기 때문에 1백80만t의 쌀이 감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흉작으로 인해 사상 최고인 2백8만t을 수출, 자국내의 수급 사정이 악화되고 말았다.
작년의 흉작은 소련에도 상당한 피해를 주어 약 2천8백만t의 곡류를 국제시장에서 사들여 가야 했다.
공산권의 매입이 국제가격 폭등의 원인이 된 것은 물론이다. 이중 소련이 사간 소맥 1천8백55만t은 미국과 「캐나다」가 주요 공급원이었다.

<중공, 소맥 등 천만t 수입>
흉작이 발생한 작년도의 선진국 잉여재고가 약 5천만t 정도 있었으므로(미국 2천3백50만t, 「캐나다」 1천6백만t) 세계의 추가 수요에 충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중공은 작년에 5백20만t의 소맥을 수입해 갔다.
소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소맥 1천만t을 포함, 사료곡물의 대량수입을 할 계획이며 중공은 5월말 현재 4백만t의 소맥 수입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다.
「로이터」 상품가격 지수(1931년=100)는 6월27일에 1,001.1에 도달, 지수 창설이래 42년만에 1천대를 넘어섰다.

<장기적 수급에 온갖 노력>
작년 동기의 지수 550·9의 2배 가까운 수준이며 그 주인이 농산물 가격등귀이다.
이러한 가격동향은 공산권이 대량 곡물수입국으로 등장하고 금년의 곡물 생산 전망이 어두워 더욱 상승세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연초이래 2천만「헥타르」의 휴경지 제한을 철폐하고 「캐나다」도 1백55만「헥타르」의 식부 면적 확대를 실현에 옮겼으며 이에 따라 7월10일 미국 농무성은 7월1일 현재 면화를 제외한 수이 예상이 대두 24%증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농산물 증산이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면한 식량문제보다는 장기적인 수급형편이 중요 관심사다.

<녹색혁명 성공해도 부족>
개발도상국의 녹색혁명은 선진국이 과거 몇 백년에 걸쳐 이루어 놓은 것을 단 10년에 정착시키려는 성급한 기대 자체가 무리였다.
그런데도 녹색혁명 성공을 전제로 FAO(식량농업기구)가 70년에 발표한 80년대 식량수급 전망에 의하면 약 6천8백만t의 곡물잉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잉여는 선진국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며 개발도상국은 녹색혁명이 성공한다 해도 여전히 곡물 부족 현상이 계속된다.

<동물성 식량 수요가 증가>
녹색혁명이 성공하여 세계 경제발전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동물성 식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 육류 2백만t, 어개류 8백만t, 우유 2천만t이 세계적으로 부족하여 개발도상국의 열량충족률은 1백%가 안된다고 FAO는 보고하고 있다.
선진국이 육류 1t을 생산하는 데는 평균 5t의 곡류가 사료로 투입된다. 우유는 t당 0·3t의 곡류가 필요하다. 이를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육·어개류 부족분 1천만t 증산에는 5천만t의 곡류, 2천만t의 우유에는 6백만t의 곡류가 들어가야 한다. 결국 동물성식량을 충족하려면 곡류 잉여는 별로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10년간에 걸친 예상은 다음과 같이 된다.

<농용지의 확대에도 한계>
즉 첫째 동물성 식량수요가 강력해져 세계적 공급 부족이 일어나며 이를 축산물 증가로 해결하려면 곡류 잉여가 대폭 감소된다. 둘째 녹색혁명이 성공한다 해도 개발도상국은 곡물공급을 선진국에 의존해야한다. 세째 녹색혁명이 실패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선진국의 식량원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를 단정할 수는 없다.
인구가 년 율 2·1%로 늘어나면 20세기 말에는 37억의 인구가 65억 내지 70억이 된다.
이에 비해 농용지는 미국 대통령 자문위 보고에 따르면 경제성을 도외시하는 경우, 현재 13억「헥타르」에서 32억「헥타르」로 2, 3배 늘릴 수 있다.

<환경오염으로 이상 기상>
열등지에의 확장으로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2배가 된다. 식량생산은 기술개발·식생활「패턴」개선으로 약간 호전되는 면도 있으나 환경오염·공업자원 고갈 또는 이상기상 장기화로 한층 악화되는 면도 있다.
인간처럼 단기간에 대량 발생한 동물이 지구상에는 지금까지 없었으므로 이 이상기상이 정지되지 않는 한 식량문제는 영원한 숙제로 남을지 모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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