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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정보조직 수사기동력 부족|구로 공단 강도사건과 수사상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찰의 정보수집과 비상경계망이 허술하다.
구로 공단 대낮 「카빈」강도사건을 수사하면서 「번개」배치(10분 안 원칙)로 대하는 비상망이 서울 일원에 쳐진 것은 28분만이었으나 정보수집과 수사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범인은 도난차를 버리는 제2의 범행을 공공연히 비상망 속에서도 저질렀다.
강도발생 1백 시간이 넘은 29일 낮까지도 범인체포에 구체적인 단서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경찰은 과거와는 달리 대대적인 공개수사를 하면서 시민의 협조만이 사건해결의 열쇠라고 호소, 수사는 장기화로 접어들고 있다.
경찰은 범인을 왜 못 잡는가? 이번 사건은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수사활동체제의 문제점마저 재검토케 하고 있다.
구로 공단 「카빈」강도사건 수사본부는 29일 ①정보조직의 파괴 ②수사교육의 미흡 ③수사기동력 부족 ④과학수사체제의 미 확립 등 형사 정책적인 문제가 이번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고 자체 분석했다.
구로 공단 「카빈」강도 사건 수사의 첫「미스」는 사건발생신고 후 28분만에 경찰 비상망이 쳐졌으나 유기차량이 시민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경찰의 검문검색이 철저하지 못 했다는 점.
또 차량발견 후의 경찰의 말단 조직인 각 파출소에서 관내 주민의 동태·우범자·용의자·차량 은닉처에 대한 정보수집이 제대로 안된 점이 지적되고 있다.
수사 간부들은 파출소직원과 교통순경 등이 수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상부의 수사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파출소 직원들은 방범업무·사고처리·신원조회·물가단속·예비군운영·도보순찰·경비업무 등 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수사정보의 수집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
막연한 도보순찰보다는 범죄 우범지점에 대한 주지순찰제도가 바람직하다는 것.
가장 기초적인 정보는 파출소에서 입수되기 마련인데 현재 전국적으로 1개 파출소가 관장하는 인구는 평균 1만6천명·최고 8만2천 명(경찰서는 평균 26만 명·최고65만 명)으로 적정선의 3배∼16배를 초과, 파출소나 경찰서 직원이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
본격수사개시와 함께 드러난 문제점은 수사형사의 개인정보원 조직파괴와 기동력, 수사경비의 부족현상.
한 수사간부는 『수사 형사는 적어도 5명의 유급 개인정보원을 두어야 하나 이를 운영할 경제적인 뒷받침이 없어 허위신고가 많은 시민제보에 기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형사의 개인정보원은 전과자, 우범자일 경우가 많아 그 동안 모두 소탕되었고 이의 운영에서 빗어지는 불미한 사례 때문에 형사 스스로 정보조직을 외면, 손발이 잘림에 따라 수사능력도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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