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의 자급자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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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곡물자원에 대한 세계적인 수급불균형은 곡물가격의 폭등현상을 일으켰으나 74곡물 년도에도 그러한 현상이 완화될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산권의 올해 작황도 매우 저조하다하며 소맥 수출국인 남미 일대에서도 소맥 수입이 불가피하다 한다. 전체적으로 보아 곡물수급의 불균형은 앞으로도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 전문기구에서는 예측하고 있으며 때문에 식량부족국가, 특히 저개발 식량부족 국가의 식량문제는 위기에 처해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식량수급 불균형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이른바 『「킹」의 법칙』때문에 누적적이며,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1년 동안 소맥 가격은 2.5배, 대두는 2.7배, 옥수수는 2.4배, 대맥은 2배, 그리고 쌀은 3.2배 등으로 각각 오른 것만 보아도 식량수급 불균형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식량자급률이 90%선까지 올라갔던 우리로서는 근자 그 자급률이 다시 70%선으로 떨어지고 있는 사실을 중시해야 할 것이며, 장기계획에서 이 문제를 특별히 배려해야 하겠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의 개발전략은 기본적으로 가공수출증대를 통한 식량 및 자원의 수입이라는 선을 계속 견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자원파동이전의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인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자원파동이 도저히 단시일 안에는 해소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정해야 한다면, 다른 것은 일단 제쳐놓더라도 우선 가능한 식량자급문제만이라도 우리 힘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정책적인 결의가 있어야할 것이다.
81년의 경제전망에서 곡류생산증가량을 72년 기준 30%선으로 잡고 있는데, 이러한 소극적인 식량계획만으로는 세계적인 식량수급전망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식량자급의 기술적인 수단은 우리의 농업기반으로 보아 찾아내기 그리 힘드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농업생산의 증대에 얼마만큼 많은 자금을 배분하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농업부문에 자금을 더 투입하면 상대적으로 공업화기금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업화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식량수입을 각오한다는 입장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식량과 「에너지」는 단순한 효율성 척도에서만 계산될 수 없는 고차원의 정책문제이다.
경제정책목표 중에서 경제자립화 정책과 자위국방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성장과 안정이라는 복지기준보다 한층 위에 있는 생존기준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줄로 안다.
식량과 「에너지」의 대외의존이 얼마나 정책의 자율성을 구속하는 가는 동서고금의 사례로 보아도 명약관화한 것이므로 우리는 최소한도 식량문제만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결의를 계획으로 실증해야 하겠다.
식량자급을 정책의 우선적인 과제로 삼는다면 농정의 기본은 저절로 풀릴 수가 있다. 지금처럼 농정의 기본과제가 분산되어 가지고서는 식량자급이라는 과제를 단시일 안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토지생산성의 제고라는 각도에서 농정의 전개과정을 새롭게 편성해 보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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