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일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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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태풍 제10호 「아이리스」가 북상 중에 있다. 살짝 빗나간다니까 중부지방에 큰 피해는 없을 듯 하다지만 이미 제주에는 10억 원 이상의 결딴이 났다.
지난해인가 미국의 여성 해방 운동자들이 기상대에 항의를 한 적이 있다. 왜 하필이면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폭풍우에 여자 이름을 붙이느냐고.
이때 미 기상대쪽에서는 「베티」라는 이름이 「로버트」란 이름보다 더 힘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여자 이름을 폭풍우가 갖고 있다면 인격을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신네들은 그것을 더욱 잘 기억할 것이며 따라서 더 잘 조심할 것이다.』 이렇게 덧붙여 설명했다.
폭풍우 중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것도 많다. 우선 『「디포」의 폭풍우』라는 게 있다. 「로빈슨·크루소」의 작자 「대니열·디포」의 이름을 딴 것으로 이때 영국에서는 8천명 이상이 죽었다.
「크리미아」의 폭풍우라는 것도 있다. 「크리미아」전쟁 중이던 1854년에 「프랑스」군함들이 이 때문에 조난했다.
오늘날의 폭풍 경보의 시작이 이때부터라고도 한다.
이 밖에도 폭풍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서 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벤저민·프랭클린」이 발견하게된 이른바 「프랭클린」의 폭풍우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 모두를 그저 「스톰」(storm)이라고만 부른다. 그리고 「허리케인」(hurricane)이란 대서양, 「카리브」해, 또는 「멕시코」만에서부터 발생되는 폭풍우를 두고 말한다.
우리가 태풍(typhoon)이라고 부르는 것은 주로 북위 5도에서 20도사이의 열대지방에서 발생하는 강한 저기압으로, 저기압내의 최대풍속이 매초 17m이상인 때를 말한다.
그 진로도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6월 이전에는 서쪽에 치우쳐서 북상하다가 10월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동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그러나 옛날에는 태풍의 본태를 전혀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태풍을 태풍이라 했다.
태란 구, 또는 구자와 풍자를 합쳐서 만든 한자다. 『모든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란 뜻이다.
그후 바람의 전조가 되는 기상을 풍태라 하고 여기서부터 태풍 또는 태풍이란 말이 나온 모양이다. 그래서 요새도 대만에서는 풍태라는 말을 쓴다.
여기에는 몇 개의 이설이 있다. 대만 쪽에서부터 오는 바람이라 해서 중국의 복건성 사람들이 태풍이라 불렀다는 말도 있다.
그런가하면 영어의 「타이푼」이란 말의 발음과 비슷하게 하려고 태풍이란 말을 일본사람들이 쓰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그 어느 설이 맞는지는 몰라도 태풍이 무서운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무리 부드러운 여자이름을 붙여도 마찬가지다.
특히 9월부터는 같은 태풍 중에서도 푹풍우권의 반경이 4백km가 넘는 대형들이 많이 내습한다. 「아이리스」, 곧 『무지개의 여신』은 그 전조로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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