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의지의 구체화|박대통령의 8·15 경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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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의 올해 8·15경축사는 6·23평화통일외교선언을 구체화시켜 적극적으로 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촉구했다는데서 큰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박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유엔 동시가입 촉구는 명분 면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실리적으로는 통일외교정책에 있어 능동성을 되찾으려는 포석인 것 같다.
6·23특별선언에서 박대통령은 『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표현으로 외교정책전환을 밝혔으나 8·15경축사에서는 『북한이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우리와 함께 국제연합에 가입하자』고 전향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박대통령은 남북한이 유엔 동시가입을 할 때의 이점으로 ①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며 ②국제사회에서 행사해야할 발언권과 권익을 확보할 수 있으며 ③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민족적 신뢰회복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열거하면서 북한이 평화통일을 주장하면서도 평화기구에 가입하지 않으려는 것은 무력통일의 저의를 드러낸 것이며 「민족양심의 배신행위」라고 규정했다.
유엔 동시가입을 촉구한 이번 8·15경축사는 결국 6·23특별선언을 「선언」 에서 「행동」으로 옮기려는 적극적인 대북한 자세를 드러낸 것이다.
박대통령은 지난 70년 8·15경축사에서 북한공산주의자들이 유엔의 권위와 권능을 수락한다면 유엔에서의 한국문제 토의에 동시 참석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하고 북한에 대해 개발과 건설 등에 경쟁을 하자고 촉구를 했다.
이 「선의의 경쟁」선언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노력의 표시로 그후 적십자회담, 7·4공동성명, 남북조절위의 구성 발족 등으로 발전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축사에 담겨진 내용도 70년의 「8·15선언」이후 박대통령이 취해온 평화통일에 대한 일관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남북대화에서 인도적인 문제를 먼저 다루자고 제의했던 것은 『남북이 단일민족으로서의 동포애를 발휘하기만 한다면 가장 손쉽게 대화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며 남북조절위의 발족은 전쟁재발의 위험을 방지하고 대화의 폭을 넓혀 평화통일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박대통령은 말했다.
10월 유신도 남북대화의 적극적인 전개를 위해 「평화통일」을 헌법의 기본정신으로 정립했다고 설명됐다.
박대통령은 이번에도 거듭 평화통일의 원동력은 「국력」이라고 강조했으며『남북대화의 기본원칙으로는 「민족적 신뢰의 회복』을 들었다.
박대통령은 이번 8·15경축사에서 종래와는 다르게 「북한공산주의자」를 「북한당국」으로, 「동족상잔의 비극」대신에 『북한공산집단의 남침으로 인한 전쟁의 참화』로 표현을 바꾸어 썼다,
「북한당국」이란 용어는 6·23선언 후 정부가 쓰기 시작한 것으로 북한의 실체만을 인정하는 정책전환에 따라 사용케 된 호칭인데 대통령의 공식발언에서 인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6·25동란을 「동족상잔의 비극」에서 「북한공산주의자의 남침」으로 바꾸어 쓴 것은 북한이 기습을 해왔다는 비극의 원인을 중요시해서 이를 강조하기 위해 쓰여졌다는 김성진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심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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