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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세계의 산유중단 위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리비아」혁명정부가 돌연 미국계「벙커·헌트」석유회사를 국유화한데 대해 미국은 관계 우방들에 「리비아」의 석유를 구입하지 말도록 경고한바 있다. 그런데 이에 대응해서 「아랍」산유국들은 미국이 중동에서 공평한 정책을 취하게끔 압력을 가하기 위해 불원 석유증산계획의 무기한중지 내지 전면 산유중지 등의 결정을 내리게 되리라고 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르샤」만의 다른 「아랍」산유국들은 미국의 장래 「에너지」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당초 계획된 석유증산계획을 무기한 중지키로 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또 이들 「아랍」산유국들은 새로운 「아랍」-「이스라엘」전이 발생할 경우, 전「아랍」세계를 통한 전면적인 석유생산중지도 불사하는 집단적 위협조치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 전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중대결정은 오는 9월5일 「알제리」에서 열리는 비동맹국정상회담에서 최종 승인을 받게 되리라하는데 만일 회담에 참가하게될 60여개 비「아랍」국가들에 의해 이러한 결정이 지지를 받게 되면 그 정치적 영향은 막중한 것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아랍」세계에 투자한 미국석유회사들은 「페르샤」만에서 연간 약 15억 달러의 수입을 얻고 있었으며, 또 이들 회사가 서구 및 일본의 석유수입량의 3분의2를 공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세계적으로 중대한 파문을 일으키리라는 것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아랍」산유국들의 위협은 「리비아」석유국유화에 대한 미국의 보복조치를 사전에 봉쇄 내지 완화하고자 하는 속셈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동기는 금차 석유분규의 직접적인 도화선에 지나지 않는다. 석유분규의 근본요인은 「아랍」세계에 투자하여 석유의 생산과 수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미국이「아랍」-「이스라엘」간의 싸움에 있어서는 항상 「이스라엘」편을 들어「아랍」제국의 증오와 반감을 누적시켜 온데 있다. 따라서 「아랍」-「이스라엘」의 대립이 일지역내 대립의 범위를 벗어나 세계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처럼, 「아랍」산유국 대 미국의 불화분규도 분명히 세계적인 성격을 띤 것이다.
미국의 「리비아」석유불매 압력은 미국무성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유전국유화정책 자체에 반대해서 취해진 조치는 아니다. 「리비아」 혁명정부가 미국의 석유회사들을 중동에 대한 미국의 『지배정책의 도구』라고 비난하면서「벙커·헌트」의 무장몰수를 단행했기 때문에 미국은 이 유전에서 나오는 석유를 불매토록 각국 정부에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아랍」산유국들이 유전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는 대로 곧 외국석유회사 소유의 전 유전을 국유화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우리로서도 반드시 납득치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성급한 국유화는 투자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은 56년 「수에즈」사태의 경우가 명백히 입증해 주고있다.
「아랍·내셔널리즘」의 화살이 미국을 향해서 집중된다는 것은 그 「내셔널리즘」의 주장을 소련이나 중공이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냉전의 씨를 뿌려 놓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아랍」-「이스라엘」간의 적대적 대립과 중동의 석유문제는 이를 완전히 분리시키는 국제적 조치가 취해져야 하며, 「아랍」-「이스라엘」간의 적대적 대립을 지양하고 양자간에 평화를 성숙시키기 위한 새로운 결정적 조치가 강구, 실천되어야 한다. 「아랍」의 석유자원은 비록 그것을 갖고 있는 나라의 자산이라 하지만, 세계의 중요한 「에너지」원으로서 계속 국제수요를 메우기 위해 개방돼야 한다. 「아랍」의 「내셔널리즘」이 산유를 도구로 삼아 세계적인 연료난을 조성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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