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동향과 국내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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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8. 3조치1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정책지침을 제시했다.
8·3조치로 기업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었고 물가는 도매가 2.9%상승한데 그쳤을 뿐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0.9%가 떨어졌다고 정부는 평가했다. 또 안정기조의 확보와 더불어 경제상의 침체를 극복해서 올해 GNP성장률은 3차 계획목표 8.6%를 크게 앞질러 12%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정부는 예측했다.
물가가 안정된 반면 성장률 율이 높아졌다면 그처럼 다행한 일은 없다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과열될 만큼 사태가 호전된 이유가 8·3조치에 주로 기인되는 것인지 아니면 국제 「인플레」에 주로 기인된 현상인지 이 문제를 명쾌히 해명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정책지침에 혼선이 일어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경기국면을 엄격히 분석 평가하는 작업을 서둘러보다 인과관계가 분명한 정책체계를 제시하여야할 것이다.
우선 수출증가율·통화량 배가율, 그리고 물가지수 및 실물경제간의 관계론 분명히 파악할 것을 강조한다.
수출금액의 신장 율이 매우 높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나 이른바 선진경제의 수출입증가율조차 평균30% 수준에 있음을 주목하기 바란다. 실물수출증가율, 즉 수출의 수량지수와 가격지수를 엄격히 구분해서 우리의 수출역량을 평가하는 과학성이 시급히 충족되어야 하겠다.
마찬가지로 통화량증가율이 전년 동기비 50%수준이나 늘어났는데 GNP성장률은 12%밖에 예측되지 않는다면 정책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하반기에 통화공급을 크게 억제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며 또 계절적으로 하반기에 통화공급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통화증가율과 실물증가율간의 「갭」은 어디에 흡수되는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그 차이가 화폐의 유통속도변화로 흡수되었음이 실증되어야 비로소 물가의 안정이 해명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화폐 유통속도가 그처럼 떨어져서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 것인가 다시 한번 체크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국내균형과 수출「드라이브」정책의 관계를 어떻게 「링크」시킬 것이냐에 대해서도 분명한 정책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수출증가율과 GNP성장률의 승리가 크면 클수록 무역의존도는 커지는 것이며 그만큼 내수경기와 수출경기는 다른 차원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뜻한다. 내수산업의 불황이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채 수출경기만 지속되는 상황은 국제「인플레」가 고개를 숙일 때 전반적인 혼란을 야기시킬 요인을 내포한 것이라고 판단해서 무리가 아니다.
선진제국이 근래에 없는 고금리정책으로 반전하고 있으며「인플레」의 진정에 주력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가 도외시하고 수출「드라이브」를 위한 설비확장에 박차를 가하기만 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국제경제동향이 침체된 국내경제에 자극을 주어 예상외의 활기를 불어넣게 된 것은 우리로서 다행스러운 일이나 마찬가지 이유로 국제경제동향이 국내경제를 침체로 몰아 넣을 수도 있을 것을 우리는 충분히 대비해서 정책을 다뤄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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