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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유택 첫 공개|경주 155호 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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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7면

【경주=오치인 기자】금은의 유택 155호 고분의 발굴현장이 보도 관제된 지 20일만인 31일 낮12시30분 보도진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유물층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봉토단부에서 15분간 공개된 이 발굴현장은 돌 더미를 6m쯤 구덩이 파듯 파고 들어가 보물찾기를 하고 있었으며 그 유물 위에는 「비닐」과 솜이불·「텐트」 등을 6겹이나 덮어 가려놓고 맨 위의 「텐트」만을 걷어낸 채 발굴현황을 설명했다.
봉분의 12m지하인 원 지표에 깔려있는 유물층은 목곽의 전면에 해당됐다. 목곽은 동서 6.9m, 남북 4.2m로 그 중앙에 목관이 위치하고 특히 그 관머리에 놓아둔 목궤가 두둑하게 솟아나 있는데, 주위의 냇물들이 금새 굴러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가장 궁금한 신비의 대상이 되고있는 이 나무상자는 길이 1.8m, 너비 1m, 높이 80㎝. 돌 더미에 짓눌려 목관을 비롯한 다른 유물들이 모두 납작해 있는데 비해 이 상자만이 덩그러니 원상을 견지해 시선을 끌었으며 다만 한 귀퉁이가 깨지면서 금동제 마구와 운주·용기 및 토기 등이 삐져 나와 내용물의 일부를 보였다.
그러나 상자의 나무는 이미 시꺼멓게 부식돼 버려 과학 처리반에 의해 습기를 제거하고 수지를 입혀서 목질을 재생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작업은 15일∼20일간 계속된 연후에야 비로소 뚜껑을 열게된다.
이러한 목궤는 경주 고분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그 내용물에 대한 기대가 크며, 묘지나 기타 글자가 기록된 기물이 포함돼 있기를 발굴관계자들은 저마다 구구하게 추측하고 있다.
경주 고분에선 문자의 발견 예가 희귀하며 호간총에서와 같은 명문이 나온다면 주인공의 신분과 연대를 규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황남동 155호 고분의 유굴, 특히 목관내부는 이미 공개된 금관을 비롯하여 귀고리·목걸이·반지·허리띠(검대와 요패)·칼·신발 등 온통 황금덩어리. 그 관 바깥에도 관모와 관식·귀고리가 금제품이며 허리띠·장도·마구 등 금동제와 은제품이 수두룩하다.
이들 부장품으로 미루어 무덤의 주인공은 당시의 통치자로 굳혀지고 있다. 김정기 발굴단장은 15∼20㎝의 진흙 속에 묻힌 유물수습과 나무상자의 유물이 정리되어야 그 전체적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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