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마간산 한달간의 견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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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뉴요크」시 교외의 「수인의 낙원」이라고 하는 「싱싱」(Sing Sing) 형무소가 있다. 어떤 사회의 특징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맨 밑바닥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탓으로 또 어떤 선배의 권고도 있고 해서 나는 일부러 이 형무소를 찾아가 시찰했다.
수인은 모두 독방을 쓰는데 방의 열쇠는 수인 자신이 보관한다. 「베드」·책상·세면대·변기 등이 방마다 배치되어 있는데 그 설비는 우리 나라 삼류 「호텔」에 비해 손색이 없다. 다만 「호텔」방과 다른 점은 복도를 향한 벽이 철창으로 되어 있는 것뿐이다.

<벽에는 나체사진이>
어느 수인의 방에도 예외 없이 성욕을 자극하는 여인들의 나체사진이 몇장씩 벽에 장식되어 있고 또 책상 위에는 남성용 화장품이 놓여 있다. 한계 상황에 달해 있는 인간의 욕망이 먼저 식욕, 다음이 휴식욕이고, 맨 나중의 것이 성욕이라고 한다면 여기사는 수인들은 식욕과 휴식욕을 충족하고 나서 성욕의 충족을 바랄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수인의 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로 공업 생산에 종사하고 있다. 수인은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노임은 받고 그 노임으로 방 값과 식비를 내고 남은 돈을 모아 두었다가 출옥 시 일시불로 받는다.
소내에는 수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쇼핑·센터」가 있는데 주류만은 판매금지. 수인들은 대식당에 모여 집단적으로 식사를 하는데 내가 본 바로는 급식은 질량 공히 빈약치 않다.
가족이 찾아오면 면회는 24시간 지속할 수 있다. 면회실에서는 긴 책상을 사이에 놓고 수십명의 수인이 각각 찾아온 손님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수와 여 방문자 두 손목을 꼭 붙잡고 책상을 사이에 두고 「롱·키스」를 하고 있는 장면은 미국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으로 생각되었다. 부부동침을 허락하느냐? 질문자의 상상에 맡긴다고 했다. 이 형무소 당국자는 앞으로 주 1회의 자유 외출을 허락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가에는 각종 운동>
작업 시간이 끝나면 수인들은 야구·농구 등 각종 「스포츠」를 하면서 여가를 즐긴다. 대단히 놀라운 것은 간수가 수인들이 있는 장소에 드나들 때는 일절 무기를 휴대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사고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형무소에는 단기수에서부터 종신수에 이르기까지 형기의 차별 없이 수인들이 수용되어 있다. 「할렘」가의 흑인들이 자진해서 들어올 만큼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인들이 규칙을 엄격히 지키고 있는 소인은 이 형무소에서 밉게 보이면 대우가 보다 나쁜 형무소로 이감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라 한다. 「싱싱」은 말하자면 모범수의 집결 소요, 수인으로서는 낙원인 것이다.
범죄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목적이 단순히 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그의 인간성을 개선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싱싱」의 행형 제도는 이상의 가까운 것이라 하겠다. 우리 나라에서도 감옥 개선 운동의 일환으로 10여년전부터 수원에 모범 형무소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행형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현지 조사를 못한 나로서는 비교해서 언급할 자격이 없다
현재 「싱싱」에 수용되어 있는 수인 총수는 약1천5백명, 인종으로 보면 흑인 80%, 「푸에르토리컨」(「푸에르토리코」도에서는 「니그로」-「스페인」족의 혼혈족)이 10%, 백인이 10%를 점한다고 한다.
미국의 인구구성은 백인이 75%, 흑인(흑백혼혈족을 포함)이 25%이고 보면 상기 수인의 인종 구성 비율은 미국 사회 인종 구성 비율을 정반대로 뒤집어 엎어놓은 것이다.
죄수 중 흑인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사람은 그것이 인종차별의 소치라 하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그것이 흑인의 범죄율이 백인의 범죄율에 비해 원래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설을 좀더 부연해서 설명한다면 흑인은 생활 수준·교육 수준이 낮아 고도로 기계화한 현대 문명에 적응해서 살기 어려우므로 그렇지 아니한 백인에 비해 월등하게 범죄율이 높다는 것이다.
어느설이 진실일까, 나로서는 판단을 보류한다. 다만 한가지 연상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일본국의 통계가 일인의 범죄율은 일천분의 일인데 비해 재일 교포의 범죄율은 일백분의 일이라 하여 일인이 한인을 멸시하고 모독하는 구실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쾌한 연상이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부당한 일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죄수 중 흑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미국의 어두운 면의 하나임을 가리지 못한다. 【신상초 <본사 논설위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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