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부대 인근 치열한 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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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군 파병 부대인 한빛부대가 주둔한 남수단 종글레이주(州) 주도 보르가 화염에 휩싸였다.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누에르족 반군과 ‘백색군대’가 보르 재탈환을 노리고 인근까지 진격해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백색군대는 1991년 남수단 최대 부족 딩카족 2000여 명을 죽인 ‘보르 대학살’의 주범이다.

 남수단 정부 대변인인 마이클 마쿠에이 루에트 공보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통화에서 “지금 보르가 공격당하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 중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도 유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큰 전투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정확한 전투 상황이나 사상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반군이 보르의 핵심 지역 중 일부를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남수단 정부군인 인민해방군(SPLA) 대변인 필립 아구에르는 30일 로이터통신에 “백색군대가 보르 40㎞ 인근부터 민가를 불태우며 진격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주민 7만여 명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31일은 아프리카연합(AU) 등 국제사회가 마차르 측에 무장해제하고 협상에 나오도록 권고한 데드라인(마감기한)이다. 마차르 전 부통령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평화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3명으로 구성된 평화 협상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단 정부도 평화협상 시작엔 동의했다고 로이터는 확인했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 해도 남수단 분쟁이 조기에 해결될지는 불투명하다.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수감된 마차르 측 정치 인사를 석방하라는 반군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남수단 정부는 앞서 반군과의 공동 정부 구성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빛부대는 31일 국군 합동참모본부가 공수한 실탄·화기 등 군수물자를 인도받을 예정이었다. 남수단 상황이 악화하자 남부 접경국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군사 개입까지 시사했다. 유엔은 보름간 이어진 남수단 분쟁으로 1000여 명이 숨지고 난민 18만여 명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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