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여름방학 두 어머니의 계획|김세영씨 댁(이대교수·영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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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이들도 엄마도 학교중심의 생활에서 가정 중심의 생활이 시작됐다.
평상시에는 아무래도『숙제했니?』 『공부해라』등의 압력을 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랑하고 이해하는 부모라는 인상보다도 엄격한 면을 더 많이 드러내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방학동안엔 가능한 한 자유시간을 많이 주어볼까 한다. 무질서한 자유가 아니라 규칙과 질서가 있는 가운데의 자유시간이다. 즉 엄마의 지도아래 보내는 자유시간이다.
책읽기·음악듣기·그림 그리기. 그리고 여러 가지 공작 등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족끼리의 공동생활을 활기 있게 꾸며 보려한다. 아침저녁 마당에 나가 잡초와 잔디에 물 뿌리기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물놀이와 작업을 겸한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큰 딸 소임(이대부초6년)이가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캠핑」을 다녀오면 8월초에 1주일쯤 시간을 내어 아빠(김입삼씨)와 함께 충남 비인에 있는 이대「캠프」에 갈까한다.
그곳엔 전에도 한번 가본 일이 있는데 기찻길은 좀 불편했지만 막장 가보니 아이들에겐 다시없는 곳이었다. 바다와 모래사장도 아름답거니와, 2백여명의 단체 속에서 적당한 규율, 적당한 자유를 누리며 자연과 더불어 보내는 생활이 아이들을 퍽 성숙하게 했다. 천막 속에서 내다보는 푸른 하늘 별빛, 그리고 큰솥에 지은 보리밥도 별미였다. 바다에서 돌아오면 다시 마음을 가라앉혀 가을 학기를 맞이할 준비를 시킬 예정이다.
새 학기 교과서를 미리 읽히는 그런 준비가 아니라 평상시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시켜 주려한다.
큰아들 양수(이대부초5년)에게는 독서와 글짓기를, 둘째 양우(이대부초4학년)에게는 산수와 음악을 시키고 막내 양민(이대부속유치원)에게는 독립심을 길러 주는 놀이를 시켜야겠다.
소임이는 가정살림에 관심을 갖도록 할까한다. 예를 들면 아빠의 구두닦이라든지, 설거지 돕는 일등이다.
8월말 개학 때까지 단란한 가정에 속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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