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외국인의 표한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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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서울에 살고있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관광「달러」를 벌어들이는 한국여성들의 역할에 대해 더 적극적이며 기발한 제안들을 하고있다. 1백억 달러 수출과 1천 달러 소득의 단계로 발전해야하는 과제를 앞에 놓고 더욱더 많은 「달러」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국가를 위한 그러한 봉사가 하필이면 그들 소수만에 한정될 것이 없잖으냐는 것이다.
7월 11일자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한 「와이드먼」(B. Wideman)씨는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있는 여성 고등교육을 대폭 줄여 용모가 그럴싸한 여자들을 중학정도 마치게 한 다음 「달러」소득이 높은 「서비스」직업으로 그들의 인적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남성들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까지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들은 그들의 욕구충족을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그 정도 희생할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더욱이 그의 제안에 의하면 이들 여성 유공자들에게도 수출 실적을 올린 기업자들에게 비견하는 표창제도를 마련하여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제안에 대하여 별로 흡족하게 느끼지 않은 「웨스트」(O. West) 여사는 7월 14일자 「코리아·타임스」에 한 걸음 더 앞선 제안을 하고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달러」수입을 왜 남성고객만으로 국한시킬 것이냐는 것이다. 남녀가 평등해지는 시대이고 보면 한국을 찾아드는 여자들 중에는 남자의「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이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남성 「서비스」직업이 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들 중에서 추남들은 농업과 공업생산의 노동력으로 돌리고 미모의 유망주들은 중학에서 선택하여 직업훈련을 시켜서 「달러」소득의 일익을 담당케 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외화획득을 높이는 것이 지상과제로 되어있는 우리의 사회적 분위기고 보면 경제적 타산과 남녀 평등권에 더욱 민감한 서양인들로서 한마디씩 하지 않을 수 없는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동양예의지국의 전통을 자랑하며 여성의 정조를 최대 미덕으로 삼아 아직도 열녀비가 각 고을의 자랑거리로 남아있는 이 땅에서 외국인들의 이러한 제안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것이 인권을 존중한다는 인도주의적 서양문화의 부수적 영향이라고만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과정에 있어서 불가피한 산물이라고 그저 보아 넘겨야만 하는 것일까?
청빈 속에서 인격완성을 위해 수도하는 군자들과 임진란을 통해 왜놈들의 총칼 앞에서 애국의 긍지와 정절의 인격을 굽히지 않으려고 숨져간 여성들의 숨은 이야기들이 우리 기억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이 현실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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