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팔 날도 멀지 않다|국제 병기 판매 경쟁 속-프랑스의 상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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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국의 「수에즈」 이동 철수, 월남전의 종결과 아울러 「페르시아」만·지중해 연안 「아랍」 국가들에 대한 서방 공업 국가들의 무기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월남전의 종결에 따라 미국의 군수 산업들은 「아랍」 석유 국가들에 무기 판매 공세를 대대적으로 벌여 그동안 이 지역에서 무기 장사로 톡톡히 재미보던 「프랑스」와 영국을 압도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미국은 「이란」에 1백85대의 「팬텀」 전폭기를 비롯, 25억 달러 상당의 군사 장비를 팔았는가하면 영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6억2천5백만 달러의 무기 판매 계약을 맺고 「프랑스」는 이미 AM30형 「탱크」 1백대를 「사우디아라비아」에 팔아 넘겼다. 게다가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10억 달러 어치의 구축함 등 전함 판매 계약을 추진중이다. 이외에 「쿠웨이트」를 비롯, 조그만 석유 토후국에 이르기까지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막대한 양의 서방측 무기를 사들이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무기 판매 경쟁이 격화되자 월남전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미국을 앞질러 염치없이 (?) 「아랍」 국가들에 대한 무기 판매로 재미를 톡톡히 보아오던 「프랑스」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프랑스」의 무기 판매는 문자 그대로 『염치가 없을 정도로 적대하는 두 나라에 팔아 넘기는 것은 물론 「루마니아」·「유고슬라비아」 등 공산 국가를 비롯, 「아프리카」의 식민 국가인 「포르투갈」, 이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조직 등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프랑스」의 유수한 시사 주간지 「렉스프레스」 발행인인 「장·자크·세르방쉬레베르」씨는 현재 공식적으로는 소련을 겨냥하고, 실제적으로는 서독을 겨냥하고 있는 「프랑스」 핵무기도 곧 외국에 판매될 것이라고 진단할 정도로 「프랑스」의 상혼은 철두철미한 형편이다. 미·영·소가 무기 판매에 일정한 조건을 붙이는데 비해 「프랑스」의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게 또한 특징이다.
「리비아」에 「미라지」 전투기를 판매하며 다른 「아랍」 국가에 양도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붙였던게 유일한 예외이기는 했으나 이것도 이미 사문화된지 오래다.
이런 식으로 「프랑스」가 15개 국가에 판매한 「미라지」 전투기만 해도 이미 8백여대에 이르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가장 군침이 도는 무기 고객은 뭐니뭐니해도 인구가 고작 3백만의 석유부국 「리비아」인데 75년까지 「미라지」 전투기 1백14대를 공급하기로 돼 있다. 그런데 71년 이후로 「프랑스」의 무기 수출 규모가 연평균 40억「프랑」 (약 10억 달러) 가량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미국과 영국이 「프랑스」의 무기 시장을 좀먹어 들고 있기 때문이다. 72년에 「리비아」에 대한 「헬리콥터」 판매 경쟁에서 미국에 이권을 놓친 「프랑스」쪽에서는 이런 현상을 월남전이 끝난 뒤 군수 산업의 활로를 찾는 미국의 대규모 공세의 전조로 보고 『「리비아」에 「팬텀」기가 공급되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같은 미국제 비행기로 대결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있다. <슈피겔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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