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 추석 성묘단 상호 방문 제의|한적 이 수석 대표, 7차 남북적 회담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평양=대한민국 공동 취재단】이범석 한적 수석 대표는 11일의 제7차 남북적 회담에서 금년의 의의 있는 하나의 당면 사업으로 『이산가족과 친척들로 추석 성묘 방문단을 구성, 상호 방문케 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은 회담의 의제 제1항 (주소·생사 확인·통보)과는 상관없이 쌍방이 합의하는 일정수의 이향 동포들로 하여금 9월11일의 추석을 전후해서 휴전선 너머 고향의 선조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게 하자는 것이다. <연설 요지 2면>
이 같은 제안은 이날 저녁 북적 손성필 위원장이 보통강 여관 대연회장에 한적 대표단 일행을 위해 마련한 만찬회에서 이 수석 대표가 연설을 통해 이의 실행을 주장함으로써 밝혀졌다.
한적의 이 제안에 대해 북적이 회의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손성필 위원장의 만찬 연설에서도 언급이 되지 않았다.
이 수석 대표는 이날 만찬 연설에서 성묘단의 실행을 주장하면서 『해마다 추석이 되면 땀 흘려 거둬들인 햇곡으로 제사를 드리는 것이 겨레의 아름다운 전통인데도 조상의 묘를 북에 또는 남에 두어 추모하는 정을 바치지 못하는 자손들에게 성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오늘의 현실에 가장 알맞는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을 견현 하는 길이며 숭고한 민족 민심을 발휘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 대표는 특히 성묘단 교환이 실행되면 ①성묘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헤어져 살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서 재회의 기쁨도 나눌 수 있고 ②적십자와 조절위의 극히 제한된 인원만이 왕래하던 남북간의 좁은 통로도 훨씬 넓혀지게 돼 상호 이해와 신뢰 조성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줄도 보도 안 해>북한 신문들
【평양=대한민국 공동 취재단】12일자 평양의 신문들은 제7차 남북적 회담 첫날 회의 기사를 1면 오른쪽 하단에 4단 크기로, 11일 저녁 손성필 북적 위원장의 만찬회 기사는 3단 또는 4단 크기로 각각 보도했다.
신문들은 만찬회에서 한 손 위원장의 연설은 길고 상세하게 보도했으나 한적 이범석 수석대표의 「성묘 방문단」을 보내자는 제의에 대한 것은 연설 내용은 물론 제의 자체에 대해서도 한 줄도 비치지 않았다. 다만 이 수석 대표가 『따뜻한 동포애로 맞아준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만 보도했다.

<해설>회담 진전에 새 활력소|회담 장기화 따른 체념에|단기적 기대 충족의 방안
【평양=대한민국 공동 취재단】한적의 「추석 성묘 방문단」 교환 방문 제의는 장기화되고 있는 회담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한적 측의 「고심의 일착」이며 이산가족과 친척들의 고통을 하루라도 속히 덜어주고자 하는 한적 측의 자세와 노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어야할 것 같다.
「추석 성묘 방문단」 교환 제의는 물론 회담 의제 제1항과 직결된 제안은 아니다. 이것은 의제 제1항의 이산가족·친척의 주소와 생사를 알아내며 알리는 문제와는 상관없이 쌍방이 합의하는 일정한 수의 이향동 포들로 하여금 9월11일의 추석을 전후해서 휴전선 너머 고향에 있는 선조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측의 집요한 정치적 주장의 고수로 말미암아 회담이 답보함에 따라 남북적십자 회담에 걸었던 이산가족들의 기대가 체념으로 변모하고 있는 이때 전래의 미풍양속인 추석 성묘를 이용해서 이산가족들의 기대를 일부나마 충족시켜주자는 한적의 새 제안은 회담진척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물론 한적측이 제의한 「추석 성묘 방문단」교환이 과연 실현될 것이냐의 여부는 북적 측의 수락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또 「추석성묘방문단」의 규모도 북적이 이를 수락할 경우 쌍방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추석을 기해 남과 북이 「성묘 방문단」을 교환할 경우 그것은 북적 측이 그토록 주장해 마지않는 것처럼 과연 쌍방 사회의 「법률적·사회적 조건·환경」이 적십자 인도 사업을 저해하는 요인인가의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이 같은 제안은 북적측의 소위 「환경·조건 개선」론에 구애됨이 없이 남북심인사업은 충실하게 수행될 수 있다는 한적 측의 자신감의 발로라고 보아 틀림없을 것 같다
여하튼 한적 측은 이번 「추석 성묘 방문단」 교환 제의로 인도적 남북적십자 회담의 조속한 결실을 바라는 열의와 성의를 다시 한번 내외에 과시했으며 이에 대한 북적 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일지, 크게 보도>
【동경 12일 합동】일본의 유력지들은 12일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7차 남북적십자 회담에서 한적 측이 제안한 「추석 성묘단」 상호 방문 제의를 크게 보도하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 보도들은 한적측의 새로운 제안은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이 회담의 주도권을 한적측이 취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북적의 반응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다음 회담은 직통 전화로 결정>북의 반응은 귀로 판문점서 밝힐 터|한적 정 대변인
【평양=대한민국 공동 취재단】추석 성묘 방문단을 교환하자는 한적의 제안에 대한 북적 측의 반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12일 상오 평양 대동강 회관에서 속개된 제7차 남북적 회담 이틀째 회의에서 쌍방은 의제 제1항과 성묘단 교환 문제를 중심으로 토의를 진행했다.
이는 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주년 한적 대변인에 의해 발표됐다.
정 대변인은 이날 회의에서 『북적은 의제 제1항에 대한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으며 한적은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인도주의 정신과 적십자 정신에 입각,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을 다짐했다』고 회의 경과를 전했다. 정 대변인은 한적의 성묘단 제의에 대한 북적의 반응은 이 수석 대표가 판문점에 돌아온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쌍방은 제8차 회담 일자는 양측 적십자간의 직통 전화나 판문점 연락 사무소를 통해 협의, 결정키로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