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열차 대폭 감축 불가피 KTX 표 예년의 40%선 팔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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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설(1월 31일) 연휴까지 철도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운행 열차 수를 대폭 감축하기로 했다. 예매는 감축량을 가정해 다음 달 7~10일 실시한다. 귀성·귀경표 예매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레일은 설 연휴기간 KTX 운행을 ‘필수 유지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평소 대비 57%까지 열차 편성이 준다는 얘기다. 명절에는 평상시보다 10%가량 열차를 추가 편성했던 점을 감안하면 예년 명절 대비 40% 수준으로 운행률이 줄어드는 셈이다. 새마을·무궁화호의 설 연휴 운행률도 60%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9일 서울 전농동 청량리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설 연휴 예매는 예정대로 실시하지만 필수 유지 수준을 전제로 한 판매만 할 것”이라며 “추후 상황이 변경되면 추가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철도파업이 철회되면 추가 편성과 같은 예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설 연휴 열차 예매 경쟁은 이전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4주차가 되는 30일부터 KTX는 74%, 새마을·무궁화호는 각각 56%와 62%로 운행률이 떨어진다. 수도권 지하철 1·3·4호선의 코레일 열차 운행 횟수도 평소의 85%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설 연휴 동안 심야 지하철 운행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귀경객들이 서울에 도착한 뒤에도 교통대란을 겪을 수 있다.

 안전 운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파업 참가자들의 업무 복귀율(29일 현재 26.4%)이 늘고 있지만 열차 운행의 핵심 인력인 기관사 복귀율은 4.2%에 그치고 있다. 자칫하면 설 연휴에도 승객들은 퇴직 기관사, 기관사 면허를 가진 군인, 신규 채용자가 운전하는 기차를 탈 수 있다. 코레일은 이 같은 신규 기관사 147명에 대한 교육을 29일 시작했다. 이들은 다음 달 초 운행 에 투입된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대체 기관사 투입 계획을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라고 비판했다. 장진복 코레일 대변인은 “철도안전법에 따른 교육훈련과 운전면허시험을 거친 기관사가 열차를 운행하게 된다” 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철도파업이 이어질 것에 대비해 설 연휴 교통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고속버스는 예비차 84대, 시외버스 예비차 315대, 전세버스 1540대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항공기는 평소보다 하루 평균 10편 이상 증편할 예정이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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