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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보람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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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가는 대부분 지난주까지 학기말 시험을 끝냈다. 따라서 전국 각 대학은 늦어도 내주까지 이번 학기를 마무리하고 약 2개월간의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 특히 여름방학은 대학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어진 「프로그램」을 따라가던 「캠퍼스」에서의 생활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마음껏 즐기고 보람을 찾는 생활로 되는 것이다. 특히 여름방학에 실천해 볼 수 있는 대학생들의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다음은 대학생활을 보다 다양하고 폭넓게 가꾸어 줄 여름방학「플랜」을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해 유형별로 정리해 본다. <편집자>

<면학·독서>
뽀얗게 먼지가 앉은 서가의 책들을 한 보따리 싸들고 의욕적인 계획을 그리면서 도회를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학자체나 사설학원에서 제공하는 강좌에 나가 어학 등 평소 부족한 방면의 실력을 기르는 학생들이 많아진다.
현승종 교수(고대)의 말대로 대학생의 중심과제는 공부다. 특히 여름방학에는 자연속에 파묻혀 평소에 생각하던 몇 권의 책을 읽어낸다는 것은 일생을 통한 귀중한 보람이 아닐 수 없다.
무리한 독서계획으로 1권도 못 읽고 방학을 끝내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는 현교수는 우선 몇 권의 책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읽을 책을 정선하도록 권했다.
대체로 여름방학을 처음 맞는 1학년의 경우 전문서적보다는 교양서적을 택해서 한 권이라도 많이 읽을 수 있게 하며, 전공과정에 들어간 사람들은 평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의 서적을 주로 하면서, 깊이 있는 교양서적 1권 정도는 읽을 수 있도록 하면 좋다는 것이다. 읽을 책을 교수와 미리 의논하고 추천을 받으면 더욱 좋다.

<여행>
서구의 대학생들은 방학에 여행을 하기 위해 각종 시험에 열심히 합격하고, 또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은다고 할 정도이며, 방학 중 여행을 하지 않는 학생은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라고 이기영 박사는 전해줬다. 대학시절에 방학중 여행을 못하면 인생에 큰 손해를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놀러 다니는 것은 아니다.
국경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 이들에게 기성세대는 또 집중적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편리한 조직들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알맞는 여행지를 골라 단체가 조직되고, 국제적 「페스티벌」이나 「세미나」가 조직되기도 한다.
이같은 여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한국대학생들이 방학중에 꼭 가 보아야할 여행지는 많다. 이 박사는 특히 자랑스럽게 받들만한 선인들의 유적, 위인의 고향, 유서 깊은 산사 등에서 선택하여 샅샅이 뒤져보는 여행을 권한다. 『동국여지승람』이나 『삼국유사』를 뒤적이면서 유서 깊은 고장을 찾아 가보는 경험은 대학시절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즐거움일 것이라는 것이다. 요새 흔히 붐비는 단체관광이나 해수욕장보다는, 예를 들면 경주 남산의 유적이나 호남의 송광사·화엄사 등 유서 깊은 곳을 찾아 민족문화의 요람을 피부로 느껴보라는 이박사는 떠나기 전에 갈 곳에 대한 사전 파악을 면밀히 하는 준비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충고한다.

<수양회>
뜻맞는 사람들끼리 도회를 떠나 한적한 자연속에 묻혀 숙식을 같이 하면서 때로는 명사들을 초청, 관심사를 토론하고. 이야기도 듣는 일은 진지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깊숙이 이해한다는 점에서 보람있는 방학의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캠퍼스」생활에서는 시간이 끝나면 헤어져야 하고 개인적인 생활에 쫓겨 갖지 못했던 전인적 접촉이 이같은 생활을 통해 가능하다고 홍성묵씨(서울 YMCA대학 주부간사)는 말한다.
평소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공동으로 생각하면서 자치적으로 계획, 진행하고 평가해 보는 생활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만이 경험해 볼 수 있는 멋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함은 물론이다. 대부분 봉사활동이 끝난 뒤 「클럽」별로 아무런 계획없이 산이나 바닷가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성과없이 끝난다는 것

<아르바이트>
「바캉스」를 맞아 급상승하는 일반의 소비성향에 편승하여 본격적으로 돈을 벌겠다는 학생들의 수가 해마다 늘어간다. 해수욕장이나 유원지에서 이런 학생들은 대학생이란 신분을 돈버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돈을 벌어서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낭비하는 경우도 흔히 본다는 김강산씨(「유네스코」청소년부장)는 어디까지나 학업이 대학생활의 궁극의 목적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그는 근래 학생들이 돈을 벌면서 학문적 훈련도 될 수 있는 일이 점점 많아져가고 있는 것을 반가운 현상으로 지적했다. 연구소·학회, 그리고 연구비를 받은 교수로부터 「필드·서베이」등의 연구용역을 맡는다든지, 기업체의 판매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수집 등은 실습하면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 특히 관광 「서비스」업계 등에서 학생들을 필요로 하는 업무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봉사활동>
대학생들이 농어촌을 찾아 벌이는 봉사활동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활동 중의 하나다. 근래 일부 대학에서는 농어촌만 아니라 도시의 후진지역에 대한 봉사활동을 벌여 큰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어쨌든 아직도 농어촌을 찾는 대학생들의 방학중 봉사활동은 특히 여름방학의 경우 학생들 대부분에게 필수적인 과외활동처럼 됐다. 지난 18일 중앙대에서 결단된 73년도 연합봉사대에는 전국에서 1백41개대학(전문교포함) 2만여명이 참가했고, 8백개 지역에서 10일∼15일간의 활동을 벌인다.
금년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근로봉사·교육봉사·의료봉사 등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본 박찬계 교수(중앙대)는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딪쳤던 문제들이 학생들의 자세와 학생과 현지민과의 봉사에 대한 이해 상충에서 나왔다고 보았다.
그래서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학생은 이질감을 주지 않는 자세를 갖추고 자연부락 지도자의 협조를 받도록 노력하여 현지민들이 해야할 일을 발견해주고, 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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