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육과정개편은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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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한교육연합회(회장 박동묘)는 14일 교육회관강당에서 문교부가 지난5월22일 내놓은 중학교 교육과정 개편 안을 놓고 각계인사를 초청, 공청회를 가졌다. 이날 공청회에 나선 유기섭(중앙대)·유인종(고대)·이상훈(서울 광희중)·신부철(서울 전농중)·한기형(언론인)·주정일(숙대) 씨 등은 개편안의 교과편제·시간배당 기준·교육과정 운영 등을 크게 다루었다.
문교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편안은 20일 까지 각계 의견을 듣고 확정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 된지 10년만에 개편되는 이 시안은 국민적 자질의 함양, 인간교육의 강화, 지식·기술교육의 강화 등 국민교육헌장이념을 바탕으로 도덕과 국사를 독립교과로 하고, 여자 기술교육을 가정으로, 그리고 종래의 가정을 선택과목의 가사로 개칭했으며, 1학년 전과목과 도덕·국어·국사·체육시간의 배당을 고정했다.
임병기 씨(문교부 편수관)는 이번의 개편작업을 71년에 시작되어 72년에 심의위원회를 거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사회에서 교육과정의 개편은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계속사업으로 되고 있다. 교육환경과 내용의 변화가 가속화함으로써 이것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으며, 선진국의 경우 5년 이내를 주기로, 새 교육과점의 시행과 함께 개편작업을 시작하는 형편이다.
한국의 경우 이 같은 작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안이 나왔을 때 그 반응은 더욱 신중히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다.
◇교과편제=도덕 및 국사교과를 신설하고, 여자에 있어서 가정을 필수로. 그리고 종래의 가정을 가사로 개칭하여 선택으로 했다. 그런데 각 학문간의 통합된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에 비추어 교과목의 세분화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종래의 9개 교과와 반공·도덕생활·특별활동 등 3개 영역을 13개 교과와 특별활동의 2개 영역에 묶었는데 학생의 부담이 과중해진 점을 중대한문제로 보아야 한다.
도덕과목의 분리는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도덕은 정의적·행동적인 것이다. 도덕관의 확립은 지식으로 배우기보다 행동성을 토대로 한 태도면의 반달을 통해 이룰 수 있다.
개편안에서 도덕을 생활영역으로부터 교과영역으로 옮긴 것은 도덕교육을 도덕교과서 중심으로 옮기는 역효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정」과 「가사」를 합리적인 기준도 없이 분리한 것은 더욱 부자연스럽다. 학습효과에서 어느 경도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훌륭한 여성의 자질을 기른다는 점에서 볼 때 그런 분리는 뜻이 없다.
◇시간배당기준=교과와 그 내용은 많아진대 비해 시간은 눌릴 수가 없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개편안의 시간배당은 각 교과내용을 학습하는데 최소한의 기준이거나 부족한 형편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의 실제 운영에서는 도덕과목이나 주지교과는 최대시간을, 예능·실업 등은 최소 시간을 채택하게 될 것이므로 지식편중의 교육이 더욱 심해지기 쉽다.
◇교육과정운영= 교육과정은 학교현장에서 계획되고 실천될 때 그 기능을 다한다. 실천과점에 대한연구나 계획이 없이 짜여진 교육과정은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논리적으로 잘 정리된 것이라도 실용성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안도 그 운영지침에서 『학업부진으로 정상적 교육과정에 의한 학습이 불가능한 학생들을 위해 각 교과의 내용의 일부를 삭제하고 지도할 수 있으나, 해당 교과의 학년 중 목표달성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내용의 일부를 배우지 않고 뛰어넘어도 그 과목의 해당학년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학습부진아가 아니라 우수 학생이다. 학습자를 기초로 하지 않은 이 같은 개편안의 기반은 재검토돼야 한다.
또 이 같은 교육과정이 그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고교입시제도. 교육방법의 개선, 교사의 재훈련 등이 선행돼야한다.
이 같은 일련의 연관성 있는 작업에 성의 있는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내놓은 교육과정 안은 무리이며, 위험성까지도 내포한 것이다. 특히 교육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목표를 거의 망라하다시피 한 이번 개편안이 목표달성의 방법을 실현성 있는 구체적 계획도 없이 준비도 안된 일선교사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교육에 대한 중대한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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