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Russia 포커스] 법이 바꿔놓은 세밑 음주풍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신년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마련된 아이스 링크에서 포즈를 취하는 러시아인.[로이터]

외국에선 러시아인이 시도 때도 없이 보드카를 들이키고 붉은광장에서 곰과 춤춘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러시아인이 술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심장, 붉은광장에서 새해를 맞으려는 사람들은 자정에 샴페인을 즐길 수 없다. 2013년부터 러시아 전역의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법이 엄격히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상점과 공원, 광장을 순찰하며 위반자를 체포해 ‘훈계’하거나 10~35달러 사이의 벌금을 매긴다.

지난해부터는 또 주류판매를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만 허가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대여한 병(물론 내용물이 담긴)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 업체가 등장했다. ‘병’은 상점보다 세 배 비싸다. 러시아 포털 사이트의 검색 통계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인기가 높다. 그럼에도 러시아 보건부의 예브게니 브륜 수석 약물중독 분석가에 따르면 2013년 1인당 주류 소비량이 13% 줄어 연간 13.5L가 됐다.

음주운전 규제는 특히 강화됐다. 2012년 9월 1일부터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면 6개월~2년까지 면허가 정지되며, 연평균 소득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1000달러 정도의 벌금을 물게 된다. 재적발 시엔 면허정지 3년에 벌금 1700달러다. 호흡 측정 결과 L당 알코올 농도가 0.16mg 이상이면 음주 운전이다. 동시에 다른 위반 행위에 대한 벌금도 인상됐다. 이 조치에 따른 효과 조사가 나오진 않았지만 러시아 교통안전감독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몇 달간 교통사고 건수가 3분의 1 정도 줄었다.

운전자의 책임은 무거워졌지만, 그렇다고 새해에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마시고 취할 경우가 문제다. 한국처럼 ‘대리기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엘레나(29)는 “음주 운전을 워낙 세게 단속하기 때문에 그냥 차를 놓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마시면 약간의 오버 차지를 각오하고 택시를 타야 한다.

러시아엔 오래전부터 공인 택시뿐 아니라 ‘봄빌라’(호객행위를 하는 비공인 택시)가 있었다. 공인 택시를 밤늦게 이용하면 요금을 25~50% 더 내거나 수수료가 10달러 이상 붙는다. 휴일이나 명절이면 더 하다. 예를 들어 12월 31일 밤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외곽까지 가려면 100달러 정도가 든다고 택시회사 ‘졸트이 탁시’ 관계자가 밝혔다.

비공인 택시의 요금은 종잡을 수 없다. 일반 택시보다 3~4배나 비쌀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봄빌라’ 기사인 마가틸은 “요금은 감으로 정한다. 승객이 부자거나 기분이 좋아 보이면 5000루블(약 170달러)까지 부른다. 보통 신년 연휴에 한 달치를 번다”고 말했다. 새해 전날 밤 가족과 수백㎞ 떨어져 있는 데다 일까지 하니 어떻게든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엘레나 김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