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하는 정치자금 파이플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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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자금 모금을 주선했던 공화당과 유정회는 정당 아닌 원내교섭단체에도 자금을 배분하도록 「정치자금에 관한 법개정안」을 마련, 오는 5일로 끝나는 86회 국회회기 중에 통과시킬 방침이다.

<용도제한규정 삭제에 합의>
당초 법개정론을 꺼낸 사람은 유정회소속 김진만 국회부의장. 김 부의장이 중심이 돼서 작성했던 법개정안은 ①정치자금배분 대상을 의석을 가진 정당 외에 원내교섭단체도 포함시키고 ②배분비율은 기탁자의 지정이 없을 경우 정당에 70%, 원내교섭단체에 30%로 하되 각각 의석비율에 따르며 ③배분 받은 정치자금은 의원의 입법활동 및 정책연구비 외에는 쓸 수 없도록 하고 ④모금대상에 금융단과 보험단도 포함시킨다(금융기관 또는 금융단체는 정당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게 규정한 정당법조항도 삭제)는 것이 주요 골자로 되었다.
개정론이 제기되자 신민당이 반발했다. 현행법은 배분에 있어 기탁자의 지정이 없는 한 원내 제1당에 60%를, 나머지 40%를 원내의석을 가진 정당이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받게 돼있다.
따라서 개정안에 따르면 유정회에 30%가 떨어져나가 신민당배당이 적어진다. 그러나 신민당이 문제삼는 것은 배분비율보다는 자금의 용도제한규정.
신민당은 이런 불만에서 『정당 아닌 원내교섭단체에 의석수의 비율에 따라 정치자금을 배분한다는 것은 결국 의원들의 세비를 인상해주는 효과밖에 없는 것이며 정치자금을 정당의 조직활동에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은 말도 안된다』고 했다.
신민당의원들은 『개정취지대로 의원들의 입법활동·정책연구에만 쓰이도록 한다면 애당초 정당앞으로 70%를 할당하는 것이 모순 아니냐』고 꼬집고 들어갔다.
공동제안형식으로 「스무드」하게 처리하고 싶은 여당측은 1일 신민당측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반영했다면서 ▲용도제한규정을 모두 삭제하고 ▲개정이유문중의 『신헌법상 정당정치를 지양하고자하는 취지에 맞추어 개정해야한다』는 정당경시귀절을 삭제한 새개정안을 마련했다.
신민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신민당측 요구가 반영된 새 개정안을 여당측의 종용대로 공동제안 할 것인가의 명분론과 현실론이 반반으로 엇갈렸다.
그러나 반대는 사실상 철회됐었고 당직자들이 공동제안에 동의했다.

<"끝내 반대하면 자금환부" 엄포>
65년에 법이 제정된 뒤 4차례 기탁이 있다가 71년이래 사문화 되다시피 팽개쳐져 있던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이 다시 햇빛을 보게 된 것은 신민당의 절박한 자금사정도 풀어주고 새로운 정치풍토를 기른다는 여당측의 배려에서 이뤄진 것.
당직자와 소속의원 헌금만으로는 연간 6천만원의 당운영비를 감당해낼 수 없는 신민당은 현재 부채가 1천만원.
그래서 지난4월 유진산 당수는 정치자금에 관한 법이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 실효 없는 법을 두느니 정치자금의 세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여당은 얼마 뒤 정경간담회를 주선해서 이 법의 활용을 위해 움직여 준 것이다.
어떻든 아쉬운 쪽은 신민당이라 이번 공동제안을 위한 법개정막후 협상에서 여당측은 『신민당서 굳이 법개정을 반대하고 나서면 현재 모금돼 있는 정치자금을 기부자들에게 도로 환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해 여야간에 찬바람이 일기도 했다는 얘기.

<예치된 자금 1억1천만원>
금년도 모금목표액 2억2천만원 중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무역협회·상공회의소등 3개 경제단체산하 업체로부터 모금, 은행에 예치돼 있는 정치자금은 1억1천만원.
이 돈은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는 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 오는 7월말 배분될 전망이다.
개정법안대로 배분된다면 ▲공화당=4천3백73만원 ▲신민당=3천2백3만원 ▲통일당=1백23만원 ▲유정회=3천3백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그러나 무소속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유정회=2천5백62만원 ▲무소속=7백37만원이며, 원내 2석을 가진 통일당이 무소속과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정당몫으로 통일당서 받게되는 1백23만원은 공화당과 신민당이 갈라 갖는다는 계산이다.
20명에서 1명이 모자라 아직 방내 교섭단체로 등록하지 못하고 있는 무소속은 원내활동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특히 정치자금을 타기 위해 그동안 통일당 소속의원을 끌어들이려고 무진 애를 써왔으나 양일동 당수의 완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통일당측은 『정치자금을 적게 받더라도 당을 무소속에 넘길 수는 없다』는 당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입장.

<교섭단체구성 안간힘 무소속>
통일당이 끝내 무소속과의 교섭단체구성을 거부할 경우 19명의 무소속의원들은 공화당서 제명된 강상욱·강기천 두 의원을 끌어들이거나 신민당의원 가운데 가장 겉돌고있는 반진산의원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어느 쪽이 될지도 아직 알 수 없지만 교섭단체 구성가능성이 높다.
어떻든 이 개정안은 공화당 71·신민당 52·유정회 73(무소속 23) 명으로 되어 있는 9대국회의 의석구조와 비율에 맞춰 마련된 흔적이 뚜렷하다.
따라서 의석분포가 바뀐다면 의석비율의 변동에 따라 다시 손질하게 될 것이 내다보인다.
참고로 지난 65년「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이 제정(69년1차 개정)된 후 중앙선관위에 기탁되어 각 정당에 배분된 정치자금배분실적을 보면-.
총액 2억9천3백66만5천2백53원으로 ▲공화당 약1억6천4백만원 ▲신민당 약l억1천, 백만원 ▲민중당(66년) 1천6백만원 ▲대중당 2백50만원 ▲정의당 10만원 ▲독립당 10만원 ▲국민당 1백6원 등이며 현재의 잔고는 1원.

<모금 늘려 년2회 공급가능>
올해 하반기 중에 다시 1억1천만원을 모금할 계획인 정치자금은 내년엔 좀더 모금액수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서 금융기관의 대정당기부금지를 삭제한 것은 모금대상에 금융단과 보험단을 포함시키기 위한 것.
이번 모금을 맡았던 경협·무협·상의는 세 단체만으로 모금을 계속하기가 벅차다고 해 이뤄졌다는데서 정치자금에 관한 법은 특별한 사정변동이 없는 한 종래와 달리 쉽게 사문화 되지 않고 년2회 정도의 공급이 계속될 것 같다.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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